[잠깐 읽기] 디지털 시대, 유령이 된 사람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유령의 삶> 책 표지. 김영사 제공 <유령의 삶> 책 표지. 김영사 제공

스마트폰과 함께 아침을 열고 밤을 닫는다. 화상회의나 온라인 일정관리로 업무는 물론이요, 쇼핑은 온라인, 여가는 유튜브다. 모르는 이름, 지명, 정보 앞에서는 고민없이 챗지피티를 켠다. 스크린에는 실시간으로 원하던 답이 쏟아진다.

지난해 유튜브는 근 10년간 유지해 온 인기 영상 리스트를 없애고 개인 맞춤 추천을 전면에 내세웠다. 더더욱 손 갈 일 없게 우리의 필요를 먼저 감지하고 움직이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입안의 혀처럼 움직이는 맞춤형 비서는 찾기도 어렵다. 내 손 안의 개인 비서에 우리는 저항할 도리 없이 감사하며 따라간다.

책은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유령’이라 부른다. 그림자도 형체도 없이 조용한 조수로 인간을 보조한다. 유령에게 하루를 온전히 맡기는 일상. 저자는 유령을 따라가다가 우리가 바로 그 유령이 됐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유령화는 시공간의 실종이다. 챗지피티에 묻는 순간 답이 나오는 ‘실시간’은 시간을 압축했고, 한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좌식화’는 공간과 거리를 삭제했다. 기술은 우리 대신 가보고, 느끼고, 노동한 값을 전달한다.

기술이 일상을 점령했다는 이야기야 새로울 것 없지만, 단지 기술 중독이 아니라 기술에 일상을 넘겨버리는 과정이라는 일침은 서늘하다. 감각하고 감정하는 인간의 일이 귀찮음과 함께 자취를 감추는 동안 눈치를 못 챘다면, 이제 잃은 것을 되찾을 때가 됐다는 호소. 스마트폰을 쓰는 모든 사람이 뜨끔할 얘기다. 에릭 사댕 지음/박지민 옮김/김영사/1만 8800원.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