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곰팡이 소송’ 세입자, 재판소원 청구
1900만 원 손배소 대법 패소
민사 분쟁 헌재 향할지 ‘촉각’
아파트 실내 곰팡이 문제로 집주인과 법적 다툼을 벌인 부산의 한 세입자가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뒤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일반적인 민사 임대차 분쟁이 헌재의 문을 두드린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사건이 재판소원 제도의 민사 영역 확대 여부를 가늠할 계기가 될지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A 씨는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A 씨는 자신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패소 판결을 내린 것에 불복해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부산 연제구의 한 아파트에 세입자로 살았던 A 씨는 집 거실과 복도, 안방 벽지, 옷 등에 곰팡이가 번지자 집주인에게 수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집 수선을 거부했다. A 씨는 집주인이 수선을 해주지 않자 이듬해 12월부터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지 않았다.
A 씨는 임대차계약 만료 전인 2024년 3월 이사했다. 이후 A 씨는 집주인을 상대로 “수선 의무 위반으로 기관지 통증·수면 방해 등 건강 피해를 입었고 가구와 의류가 오염됐다”며 보증금 정산금과 손해배상금 등 1900여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집주인은 임대차계약 기간이 만료된 2024년 12월 임대 보증금 6000만 원에서 A 씨가 12개월간 내지 않은 월세 900만 원을 공제한 5100만 원을 반환했다. 소송에 따른 반환이 아니라 계약 만료에 따른 정산이었다. A 씨가 소송에서 청구한 1900여만 원에는 이 공제분(미반환 보증금 900만 원)을 포함해 보증금 이자, 관리비, 장기수선충당금, 손해배상금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됐다.
1·2심 재판부는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아파트의 부유 곰팡이 측정 결과가 실내공기질관리법 시행규칙상 권고기준 대비 68.20%로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며 “임차인이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수준이므로 집주인에게 수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곰팡이 발생 원인에는 실내 습기 과다, 환기 부족 등 생활 습관도 포함된다”며 A 씨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심리 사유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A 씨는 “3심을 모두 패소했으나 대법원에서 구체적인 패소 이유를 한 번도 듣지 못했고, 감정평가 과정에서도 터무니없는 자료가 제출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민사 분쟁이 재판소원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소원 제도는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됐다. 재판소원 제도는 법원의 확정 재판이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재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심리불속행 기각은 사실상 판결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 구조라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를 다툴 실익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민사 분쟁의 사실 인정과 법률 해석에까지 헌재가 개입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사법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