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피부라는 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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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태성형외과 원장 동남권항노화의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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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단순히 신체를 싸고 있는 포장이 아니라 몸 전체의 여러 기관들과 복잡한 생물학적 상호작용을 하는 대단히 중요한 기관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면적이 가장 넓다)인 피부는 노화의 관점에서 볼 때 전신 노화의 진행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이면서 때로 노화를 가속시키기도 하고, 느리게도 하는 주체로 작용한다.

인체가 외부와 맞닿아 있는 장기가 피부이므로, 피부는 신체 내부의 노화 진행 상태를 시각적, 조직학적으로 가장 먼저 보여주게 된다. 나이가 들면 체내 대사 저하와 산화 스트레스로 인해 우리 몸은 최종당화산물(AGEs)이라고 하는 물질을 생성하게 되는데 이 물질은 진피층의 콜라겐과 엘라스틴에 교차 결합을 일으킨다. 이는 피부 탄력 저하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당화와 심혈관계 노화 상태를 나타내는 바이오마커(인체 내부 상태를 알 수 있는 일종의 신호등)이다.

최근 연구들은 피부가 단순히 노화의 결과를 겪는 것을 넘어서, 전신의 노화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SASP(senescence-associated secretory phenotype) 라고 하는 현상은 자외선에 의한 손상 등으로 피부에 축적된 노화된 세포(senescent cells)들이 염증성 사이토카인들과 단백질분해효소 등 피부를 손상시키는 물질들을 계속 분비한다는 뜻이다. 피부 면적이 워낙 넓기 때문에 진피층과 표피층에서 발생한 만성적인 미세 염증과 SASP 물질들은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흘러가게 된다. 즉, 피부가 신체내 다른 장기들의 노화를 가속시키는 염증반응의 주요 발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피부는 그 자체가 거대한 내분비기관이기도 하고 면역기관이기도 하다. 피부가 얇아지고 기능이 떨어지면 피부에서 비타민D 합성이 감소하는데, 비타민D 결핍은 골다공증, 면역력 저하, 심혈관 질환 등 노화관련 질병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피부에는 랑게르한스 세포라는 면역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의 숫자와 기능이 감퇴되면 피부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노인에서 피부암 발생이 많아지고 외부 항원에 대한 적절한 방어와 복구가 되지 않는 것도 결국 줄어든 랑게르한스 세포 때문이다. 피부 가장 바깥 각질층 지방성분 구성이 변하고 수분 손실이 증가하면 장벽 역할이 떨어져 외부 유해 물질들이 쉽게 침투하여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피부는 우리 인체 내부를 반영하는 ‘거울’이면서 만성 염증을 만들어 내는 발원지가 될 수도 있고, 인체를 보호하는 ‘최전선 장벽’이기도 한 매우 특이하고 중요한 핵심 장기다. 진피층을 보강하고 피부를 복원하는 치료들은 단순한 미용적 개선을 넘어 피부에서 시작될 수 있는 만성 염증을 줄이고, 피부의 기능적 젊음을 회복시켜 전신의 항노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크림을 잘 바르고 보습을 열심히 하는 작은 습관들이 피부뿐만 아니라 우리 몸 전체의 항노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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