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금리 대환’ 미끼로 2억 뜯어…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2명 검거, 1명 구속
금융기관 사칭 9명에게서 12회 걸쳐 2억 원 가로채
부산 강서경찰서 건물 전경
금융기관을 사칭해 ‘대출을 싸게 갈아탈 수 있다’며 고령층에 접근한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약 2억 원의 현금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 9명에게 총 12회 걸쳐 현금 2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로 50대 남성 A 씨와 중국인 40대 남성 B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B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다.
이들은 지난달 16일부터 27일까지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현금을 받아내는 ‘대면 편취’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해온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1차 수거책, B 씨는 2차 수거책 역할이다. B 씨는 넘겨받은 돈을 환전해 중국으로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일당은 은행을 사칭해 “다른 금융기관 대환대출 신청은 계약 위반으로 전산에 등록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상환하면 전산 등록을 해지해주겠다”고 속였다. 피해자는 대부분 60대에서 70대 고령층으로, 일부는 자영업을 하며 온라인을 통해 정책자금 대출 등 저금리 대출 상품을 알아보던 중 일당의 범행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강서경찰서 소속 형사가 피해자 할머니에게 A 씨로부터 압수한 1100만 원의 피해금을 전달하는 모습. 부산 강서경찰서 제공
경찰은 지난달 27일 오후 1시께 한 피해자가 “오늘 2시에 A 씨를 만나기로 했다. 3000만 원을 송금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를 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현금 다발 사진을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수거책을 안심시킨 뒤 오후 5시 41분께 부산역 인근에서 A 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확인한 뒤 A 씨를 통해 B 씨를 유인해 같은달 31일 B 씨를 긴급체포했다. B 씨는 지난 1일 구속됐다.
경찰은 A 씨 검거 과정에서 확보한 1100만 원의 피해자를 추적한 결과, 경북 안동경찰서에 피해 내용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해 해당 피해자 할머니에게 돌려줬다. 경찰 조사 결과 안동에 거주하는 이 피해자는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속아 택시를 타고 부산역까지 이동해 A 씨가 검거된 당일 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추가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환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은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의 약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며 “금융기관이나 현금 전달을 요구하거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현금을 보관 요청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