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지역소멸 멈추는 지방선거를 바라며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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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연 사회부장

부산의 비전 담은 글로벌특별법
2년 표류 끝에 겨우 행안위 통과

행정통합도 중앙 정부 주도 '당근'에
지방분권 무색한 지원금 경쟁으로

지방선거는 지역의 절망 끊을 기회
수도권 일극주의 맞설 리더십 필요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선거는 팍팍한 일상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희망 고문’이라 냉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번 선택으로 내 생활이, 아이들의 삶이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희망을 간절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절망이 깊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의 절망은 수도권 일극주의 폐해에서 비롯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으로 가장 고통받는 곳과 전국 최저의 출생율을 기록하는 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은 수도권 일극주의가 국가 전체의 재앙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산이 절망을 돌파하기 위한 비전으로 제시한 대표적 어젠다는 글로벌특별법과 행정통합이다. 하지만 이들 어젠다가 겪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는 부산 시민은 착잡하다. 글로벌특별법은 부산이 대상이고, 행정통합은 부산·경남과 울산이 적용 대상이라 논의 범위가 다르지만, 지역의 역량을 극대화해 일자리를 늘리고 사람을 불러 모아 지역 발전은 물론 정체된 국가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거듭난다는 희망은 동일하다. 우울하게도 이들 부산의 비전이 수도권 중심의 정치 지형에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같은 처지이다.

글로벌특별법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를 겨우 통과한 이 법안은 2024년 1월 25일 부산 전체 18명의 국회의원과 당시 여당 원내대표까지 가세해 최초 발의됐다. 부산을 싱가포르·상하이·홍콩과 같은 글로벌 해양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으로, 물류·금융 산업 발전 지원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2023년 11월 엑스포 유치 실패로 낙담한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시작된 법안이지만, 부산의 미래를 견인할 방안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기에 당시 야당인 전재수 의원을 포함해 부산의 모든 의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채택 했지만, 처리에 속도를 못 냈고 결국 넉 달 뒤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재발의 되긴 했지만, 2년 넘게 표류하다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이달 중순께 다시 주목받게 된다. 전북·강원·제주 관련 이른바 ‘3특법’이 먼저 처리되면서 글로벌특별법의 ‘찬밥 신세’가 더욱 도드라졌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삭발과 유력 부산시장 후보인 전재수 의원의 역할로 행안위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다.

행정통합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정부의 ‘선착순 당근’으로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정부는 통합 지방정부에 대해 연간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함께 차관급 부단체장 신설,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 부여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일시적으로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는 행정통합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가 없다. 가까운 마산·창원·진해 통합의 사례를 통해 부산과 경남은 지역 주민의 동의 없는 행정통합의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 지역은 물리적 통합은 했지만, 통합의 시너지를 이끌 수 있는 설계가 엉성했다. 통합 이후 해당 지역 인구와 일자리 모두 줄어들었고, 세 지역의 갈등은 계속됐다. 정부의 지원마저 흐지부지되면서 통합 무용론이 나오는 실정이다.

지역민의 공감대와 통합 지역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치밀한 설계가 행정통합의 핵심이다. 실질적 권한 이양 없이 지원금만 내미는 방식으로는 지방분권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선거는 기존 정치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미국의 정치학자 존 킹던이 말한 ‘정책의 창이 열리는 순간’의 조건 중 하나다. 그는 사회가 문제라고 인식하는 ‘문제의 흐름’과, 정치권이 움직이는 ‘정치의 흐름’, 그리고 대안이 준비된 ‘정책 대안의 흐름’이 서로 맞물릴 때 유효한 정책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역 소멸’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선거로 ‘정치의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지금,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지역 소멸은 양대 정당인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집권 시기에도 가속화했다는 점에서, 상대방을 탓하는 분노의 정치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전환시키고, 중앙의 정책 결정 과정에 능동적으로 개입해 국가발전의 판을 바꾸는 리더십이다. 수도권 중심의 정치 지형이 바꿀 수 없는 ‘게임의 룰’이라면, 중앙 정치의 역학을 꿰뚫는 전략적 사고와 지역의 이해를 국가적 언어로 번역하는 소통 역량, 그리고 방향을 잃지 않는 철학적 일관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지역의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로 지역소멸의 시계가 멈추길 기대한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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