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은 바다를 보여주고 있는가
박지윤 삼미재단 이사장·㈜삼미건설 부사장
시드니 새 피시마켓 '산업+관광' 공존
日 도쿄 어시장도 유사한 형태 재개발
부산, 도시 정체성 보여줄 현대화 필요
얼마 전 호주 시드니에서 새롭게 문을 연 시드니 피시마켓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곳은 남반구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간 약 300만 명이 찾는 대표적인 해양 관광 공간이다. 동시에 하루 약 50톤에 이르는 수산물이 거래되는 활발한 산업 현장이기도 하다. 기존 건물 옆에 새로 건설된 새 시설은 단순한 시장 교체가 아니라 바다와 도시, 산업과 관광이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해양 공간에 가까웠다. 시장 건물은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고 시민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로와 공공 공간이 함께 조성돼 있었다. 수산물 경매와 도매 유통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산업 현장이 관광과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바다에서 시작된 산업이 도시의 일상 속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이곳을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부산의 어시장을 떠올렸다. 부산에는 자갈치시장과 공동어시장이 있다. 자갈치시장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해산물 시장이고 공동어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수산물 경매가 이루어지는 산업 공간이다. 그러나 두 공간은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채 분리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자갈치시장은 관광 중심 시장이고 공동어시장은 철저히 산업 기능 중심의 시설이다. 두 시장은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지만 도시 경험 속에서는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자갈치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과 어민들이 바닷가에서 생선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시장으로서 해양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자갈치시장은 과거의 풍경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2006년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시장은 훨씬 정돈된 공간이 되었지만 동시에 바다와의 관계는 이전보다 멀어졌다. 원래 자갈치는 배가 들어오고 어민들이 바로 생선을 팔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은 도로와 건물 구조로 인해 바다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형태가 되었다. 관광객이 보는 것은 어업의 현장이 아니라 해산물을 소비하는 공간에 가깝다. 바다가 있는 도시의 시장이지만 정작 바다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일본 도쿄의 사례는 또 다른 방식의 해법을 보여준다. 도쿄의 대표적인 어시장이었던 츠키지 시장은 산업 기능을 토요스 시장으로 이전했다. 대신 기존 츠키지 지역은 식문화와 관광 중심의 시장으로 남겼다. 토요스 시장에서는 여전히 참치 경매와 수산물 거래가 이루어지고 관광객은 관람 공간을 통해 이를 직접 볼 수 있다. 산업 기능을 보호하면서도 관광과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산업과 관광이 분리되어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도시 경험 속에서 이어지는 방식이다.
부산은 최근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수도로서의 역할에 기대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해양 정책의 중심 도시로서 부산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양도시는 단순히 바다를 곁에 둔 도시를 의미하지 않는다.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산업과 삶이 도시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도시여야 한다. 시민과 관광객이 바다를 바라보고 그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부산은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공동어시장은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새로운 시설로 건설될 예정이고 북항 재개발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이 각각의 시설 개선이나 도시 개발에만 머문다면 부산의 해양 공간은 여전히 단절된 채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자갈치와 공동어시장, 그리고 북항을 하나의 해양 도시 축 속에서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부산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한 시장의 현대화가 아니라 바다를 보여주는 도시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수산물 경매와 유통 같은 실제 어업 활동을 시민과 관광객이 경험할 수 있는 산업 관광 프로그램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갈치와 북항, 공동어시장을 하나의 해양 축으로 연결해 바다를 따라 걸으며 시장과 항만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도시 구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시장을 단순한 유통 공간이 아니라 해양 식문화와 교육, 관광이 함께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산은 이미 훌륭한 바다를 가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바다를 도시 속에서 드러내는 일이다.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산업과 삶이 시민과 방문객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고 경험되는 도시, 그것이 진정한 해양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자갈치와 공동어시장, 그리고 북항은 부산의 바다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공간들이 서로 연결될 때 부산의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부산은 과연 바다를 보여주고 있는가. 해양수도 부산은 결국 바다의 산업과 삶이 함께 드러나는, ‘바다를 보여주는 도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