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음식, 풍토,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이자카야’
■일본 이자카야 유산/오타 가즈히코
40여년 간 일본 노포 탐방한 미학자
이자카야를 문화 유산으로 해석
3대 이상 이어온 26곳 최종 선정
도시와 인간, 시간을 담은 인문기행
1932년 만주 다롄에서 시작한 ‘오뎅 야스베’는 1961년 후쿠오카로 이동해 3대째 이어가고 있다. 책 저자와 2대 료스케 씨가 대화하는 모습. 안목출판사 제공
1932년 시작한 교토 ‘아카가기야’는 현재 2대 히로토 씨(오른쪽)와 3대 고키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안목출판사 제공
1938년 개업한 오사카 ‘메이지야’는 재개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사했지만, 인테리어는 개업 당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안목 출판사 제공
나고야 ‘다이진혼텐’은 안주류. 야채 요리가 270엔, 생선류는 350~5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안목 출판사 제공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 일본식 술집 이자카야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본 특유의 인테리어, 다양한 안주’를 장점으로 빠르게 확산했고, 고급 요리를 표방한 곳부터 특이한 주류를 판매하거나 한국요리와 접목한 퓨전 요리 등 차별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원조인 일본의 이자카야는 어떤 곳일까. ‘이자카야 덕후’ ‘이자카야의 신’으로 불리는 저자는 무려 40년간 일본 전역의 이자카야를 탐방하며 이를 담은 책을 여러 권 출간했다. 물론 저자는 광고 디자이너, 미학자, 저술가라는 공식 직업은 있다.
<일본 이자카야 유산>은 동일본 편과 서일본 편 2권이 한 세트로 출간됐다. 저자가 정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별된 일본 전역 26곳의 이자카야를 소개한다. 그렇다고 맛집 소개 책은 아니다. 사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책에서 아주 조금 등장한다. 이자카야 명점(명품 상점)을 통해 일본 장인이 가진 철학, 공간의 호흡, 사람 관계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유산이란 현재 그 가치를 보호하지 않으면 사라질 위험이 있는 것을 뜻한다. 오랜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은 쉽게 재현할 수 없기에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책 제목을 <이자카야 유산>이라고 정한 건 보호해야 할 문화적, 역사적 가치로서 이자카야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책은 이자카야에 관한 저자의 정의부터 시작한다. ‘하루 일을 마치고 친구 혹은 동료와 편하게 한 잔 술을 하거나 그냥 주인 얼굴 보러 가서 혼자 술을 기울이며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이다. 그곳이 몇 대에 걸쳐 이어져 온 가게라면 그 편안함은 더욱 깊어진다. 오래 이어져 왔다는 것은 값싸고 맛있는 안주가 있고, 언제나 변함없이 양심적인 장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이자카야는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마음이 머무는 자리이다’.
2권 460쪽에 담긴 내용은 저자가 ‘명점’으로 선정한 각 이자카야가 이 같은 정의를 어떻게 풀어내는지에 관한 소개하는 글이다. 저자는 손님이 단골로 술집을 찾는 이유가 맛있는 술과 안주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건물이 주는 편안함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자카야의 ‘이’는 일본어로 편안함을 뜻하는 단어이며, 자기 자리로 해석되기도 한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건물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긍정할 수 있는 장소라는 말이다.
‘명점’으로 선택한 저자의 기준은 3가지이다. ‘창업 시기가 오래되었고 옛 모습 그대로의 건물일 것’ ‘대대로 변함없이 이자카야를 이어오고 있을 것’ ‘오래된 점포이면서도 서민들의 가게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1868년에서 1939년 사이에 창업되었고, 현재 주인이 3대째 이상, 서민이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가격과 명물 안주와 술이 있다는 뜻이다. 옛 모습 그대로를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는 이자카야의 가치는 훌륭한 건축이 아니라 집도 도구도 오래된 것을 얼마나 소중히 쓰며 이어오고 있는지를 통해 그 가게의 깊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광고 제작 디자이너로 일하며 유명한 광고제에서 여러 번 상을 받았다. 이 같은 재능은 책 곳곳에서 빛난다. 저자가 직접 그린 도면과 일러스트, 감각적인 사진은 오래된 가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사라지고 있는 것들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기억으로 남기려 했고, 이는 곧 ‘공기까지 기록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국판은 특별히 세 가지 부록을 첨부했다. 책에 수록된 가게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 지도와 뒷면에 각 이지카야 주소, 연락처, 특색 등을 수록했다. 일본 안주 메뉴 북은 이자카야에서 주문할 때 유용한 기본 안주와 메뉴 표현을 정리한 소책자이다. 두 가지 부록을 담을 수 있는 포켓형 봉투 세트까지 준비했다. 책을 읽는 내내 ‘당장이라도 여기 가보고 싶다’는 유혹에 빠져 최저가 항공권을 찾느라 바빴다. 오타 가즈히코 지음/이은주 옮김/안목/권당 230쪽/2권 세트 5만 5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