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권 강화 온데간데없고 정치적 셈법만 남은 행정통합
여야, 지방선거 유불리 따지며 평행선
균형발전 대의에 부응해 마무리 해야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 통과 촉구 대구경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이 여야의 공방 속에 결국 5일 시작되는 3월 임시국회로 넘어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2월 국회 마지막 날인 3일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개최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송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중단 등 민주당 요구를 다 수용한 만큼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을 신속히 처리하자고 요구했으나, 한 원내대표는 충남·대전 통합 법안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돼야 할 행정통합이 정치적 셈법에 따른 힘겨루기 양상으로 진행돼 지역 갈등만 조장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행정통합법이 1차 시한은 넘겼지만, 최후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에선 “사실상 이번 주가 진짜 데드라인”이라면서도 “국민의힘 하기에 달렸다”는 말이 나왔다. 통합법의 향배는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12일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여야가 12일 대미투자특별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한 상황에서 국힘이 이를 매개로 대구·경북 통합법 통과를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힘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4일 “대구·경북 통합과 함께 대전·충남 찬성 당론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힘을 갈라치기 해서 내분을 조장하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이라고 비판하면서 특별법 일괄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가 두 지역의 통합을 놓고 막판까지 평행선을 달리는 배경에는 지방선거 유불리에 대한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남·광주 통합법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대구·경북 통합법만 통과시키면 핵심 승부처인 충남·대전에서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다. 국힘 텃밭인 TK 통합이 불발돼도 야당 책임론을 제기해 내부 분열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힘은 충남·대전 통합 시 지지율이 높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통합특별시장 출마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마할 경우, 통합시보다는 현 상황 유지가 낫다는 시각도 있다. 여야가 행정통합을 지선 승리의 방편으로 활용하려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여주는 셈이다.
행정통합은 ‘5극 3특’에 기반한 지역 균형발전을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겠다는 국가전략이다. 그러나 여야가 보여주는 행태는 지역의 생존 문제를 정치적인 계산으로만 접근한다는 인상을 준다. 분권 강화는 온데간데없이 이해관계를 앞세워 시간만 끄는 사이 지역의 생존권과 주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여야는 지방분권의 핵심인 실질적인 행정권과 재정권 이양 등 합리적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 행정통합의 기본 정신과 원칙을 되살려야 한다. 정치적 셈법으로 계산기만 두드릴 것이 아니라 균형발전의 대의에 부응하는 대국적 관점에서 행정통합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