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00만 마일 쌓이는데… 활용 못 하는 ‘공무원 마일리지’
공무원 출장 시 쌓은 마일리지
부산시와 16개 구·군 적립분
최근 3년 1597만 마일 달해
사회공헌 활용 지침 권고 그쳐
실제 활용 비율 채 5% 안 돼
부산시, 뒤늦게 의무화 추진
지난달 설 연휴를 앞둔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공무원 국외 출장 시 적립되는 공적 항공 마일리지가 부산에서만 2억 원이 넘게 쌓여있지만 실제로 활용되는 비율은 5%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적 업무로 발생한 마일리지가 공무원 개인에게 지급되면서 사실상 관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개인에게 마일리지 공적 활용을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3일 부산시와 부산 16개 구·군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부산시 공무원 국외 출장으로 적립된 공적 항공 마일리지는 총 1597만 마일에 달한다. 2023년 510만 마일, 2024년 633만 마일, 2025년 454만 마일 규모로 적립됐다.
부산시 공적 항공 마일리지의 누적 총액은 2200만 마일에 달하며 공무원보수 등 업무 지침에 따라 1마일당 10원으로 환산할 시 2억 2000만 원 규모다. 마일리지는 적립액에 따라 1마일당 20원으로도 환산할 수 있어 실제로 사용 가능한 금액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해마다 국외 출장으로 쌓인 마일리지 중 상당액이 활용되지 못하고 소멸되고 있다. 부산시만 해도 최근 3년간 864만 마일이 소멸했고, 구·군별로 차이는 있지만 매년 최대 30만 마일이 넘는 마일리지가 사라지고 있다.
공적 항공 마일리지가 활용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마일리지를 개인에게 지급하는 구조 때문이다. 지자체는 공적 항공 마일리지의 적립 규모와 사적 사용 여부를 확인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지급받은 마일리지를 사회공헌 등에 활용하도록 강제할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4년 7월 공적 항공마일리지의 공적 활용 지침을 통해 마일리지 사용법과 기부 방법 등을 안내하고 퇴직 예정자의 마일리지 확인과 마일리지 활용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의무화했지만, 지침이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마일리지를 가이드라인에 맞춰 활용하는 지자체는 극소수다.
이 때문에 부산에서 사회공헌 활동과 공적 업무 때 좌석 변경 등으로 재사용에 활용된 공적 항공마일리지는 최근 3년간 109만 마일에 불과하다. 이는 누적된 마일리지의 5%에도 못 미치는 규모이다. 마일리지의 사회공헌 활동 활용 의무화 규정을 조례에 추가한 지자체도 기장군과 남구, 사상구 3곳뿐이다.
한 구청 예산과 관계자는 “공공기관 항공 마일리지 적립 방식 개선을 위해 항공사에 기관 명의 통합 적립 제도 도입을 건의했지만 항공사 운영 정책 등에 따라 제도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뒤늦게 관련 규정 신설에 나섰다. 부산시는 다음 달 공적 항공마일리지의 사회공헌 활용 의무화를 반영한 ‘부산광역시 공적 항공마일리지 관리·활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아직 사회공헌 활동 의무화 규정이 없는 지자체들 또한 규정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
남구청의 경우 조례를 바탕으로 2024년과 지난해 각 항공사 마일리지 몰에서 생활용품 등을 구매해 지역 복지관에 기부하는 방법으로 약 50만 마일(500만 원 상당)을 사용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빠른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사항을 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대 김용철 행정학과 교수는 “규정 없이는 개인에게 쌓인 마일리지를 기부하라고 지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소액이라도 지자체가 마일리지를 주기적으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 제·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