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미협 80년, 3·1절에 다시 열린 ‘부산미술의 약속’ [현장 속으로]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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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가장 빠른 설립 부산미술협회
‘3·1절 기념미전’ 52년 만의 부활로 ‘훈훈’
세대·장르 아우르는 900여 작품 한데 모아
작고 작가 작품은 거제 해조음미술관 협조

부산미술협회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1일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부산미술의 80년 역사를 조망하는 기획전 ‘80년의 숨결! 부산미술을 조망하다展’의 개막식을 열었다. 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고 작가를 비롯해 현재 부산미협에서 활동 중인 작가의 작품 9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미술협회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1일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부산미술의 80년 역사를 조망하는 기획전 ‘80년의 숨결! 부산미술을 조망하다展’의 개막식을 열었다. 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고 작가를 비롯해 현재 부산미협에서 활동 중인 작가의 작품 9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1일 개막식에 참석한 부산미술협회 원로 작가들. 이재찬 기자 chan@ 1일 개막식에 참석한 부산미술협회 원로 작가들. 이재찬 기자 chan@

-3월 1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린 부산미술협회 80주년 기념 ‘80년의 숨결! 부산미술을 조망하다’전 개막식


“부산미술협회(이하 부산미협)는 해방 이후 생긴, 전국에서 가장 빠른 (미술)협회입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3·1절 기념미전’과 ‘광복경축미전’을 열기 시작해 6·25 때 2, 3년인가 중단되었다가 1974년까지 이 행사가 계속됐어요. 이후 1975년 ‘부산미전’(지금의 부산미술대전)이 만들어지면서 없어졌으니까 이번 80주년 기념전은 52년 만에 다시 여는 3·1절 기념 미술 행사입니다. 이런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준 부산미협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부산미술원로작가회 회장이자 부산미협 26·27대 이사장과 부산예총 회장을 역임한 송영명 고문이 그동안의 부산미협 연혁을 조목조목 짚으며 창립 80주년의 의미를 짚어 나가자, 약 600명이 모인 장내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이번 전시는 지난달 26일 시작했지만, 80년 전 ‘부산미술가동맹’으로 출발한 부산미협의 ‘3·1절 기념미전’을 위해 개막식은 삼일절에야 마련됐다. 전시는 오는 7일까지 열린다.

이날 개막식에서 부산미협 최장락 이사장은 “80년의 역사는 무엇보다 원로 작가들과 선배 세대의 책임과 헌신 위에 새겨진 것”이라면서 “80주년 기념전은 과거를 기념하는 자리를 넘어, 부산미술이 지켜온 정신을 되새기고, 다가올 100년을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개막식에 참석한 최고령 윤종철(1934년생) 작가를 비롯해 김기남 김동영 김수길 김양묵 김용달 문두순 송대호 송영명 여흥부 오세효 이강윤 이길성 이중열 이충길 장상만 정태영 조규철 조병래 차동수 황종환 등 21명의 원로 작가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예를 갖췄다.

전시는 1946년부터 1959년까지 ‘3·1절 기념미전’에 참여한 작고 작가 22명과 부산미협 12개 분과 881명이 참여하는 903명의 작가 작품을 한데 모았다.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단일 전시로서는 보기 드문 규모였다. 다만, 전시 공간이 이를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485명만 전시장 전시로 참여하고 나머지는 지상전으로 대신했다.

부산미술협회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1일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부산미술의 80년 역사를 조망하는 기획전 ‘80년의 숨결! 부산미술을 조망하다展’의 개막식을 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미술협회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1일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부산미술의 80년 역사를 조망하는 기획전 ‘80년의 숨결! 부산미술을 조망하다展’의 개막식을 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축사에 나선 박형준 부산시장도 “부산문화재단을 통해 여러 창작 예술인을 위한 예술 지원 예산은 계속 올려왔지만, 부산미술대전과 같은 큰 전시를 열 수 있는 대형 전시장 확보는 아직인데 계속 노력하겠으며, 부산시립미술관 등을 통해 지역 미술인의 작품을 더 많이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당부하겠다”고 밝혔다.

전시장에서는 해방과 전쟁, 복구의 시간을 관통한 22명 작고 작가 작품만 따로 모은 코너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일부에선 부산미술사 전체가 아닌, 부산미협 소속 작가로만 전시회를 꾸려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부산미협 관계자는 “협소한 공간으로 부산미협 태동기인 1946년부터 1959년까지 개최된 ‘3·1절 기념미전’에 참여한, 부산미협 출신 작고 작가들의 작품을 연도순으로 구성하다 보니 일부 누락 작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를 위해 아무 대가 없이 작품을 선뜻 빌려준 경남 거제 해조음미술관의 임호건 관장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부산미협 최장락 이사장이 양달석 김남배 등 작고 작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미협 최장락 이사장이 양달석 김남배 등 작고 작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7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부산미술협회 80주년 기념 ‘80년의 숨결! 부산미술을 조망하다’전에 출품된 작고 작가 작품 일부.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7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부산미술협회 80주년 기념 ‘80년의 숨결! 부산미술을 조망하다’전에 출품된 작고 작가 작품 일부. 김은영 기자 key66@
작고 작가 작품을 둘러보는 관람객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작고 작가 작품을 둘러보는 관람객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해방 공간의 토대(1946~1949년) △전쟁의 유입, 표현의 확장(1950~1953) △전후 정착과 지역성의 구축(1953~1959)으로 구분한 이 코너는 양달석 김남배 서성찬 우신출 김원갑 김종식이 전쟁 이전 지역 미술의 기틀을 다지며 부산미술 1세대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한국전쟁기 부산은 임시수도로서 전국 미술인의 교차지가 되었고, 새로운 미술적 긴장이 형성된 것으로 풀이했다. 이 시기엔 송혜수 한상돈 진병덕 염태진 김원 전혁림 등이 격변의 시대 속에서 표현의 지평을 확정했다. 마지막으로 전쟁 이후 부산미술은 자생적 구조를 갖추며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 것으로 파악하며 임호 김윤민 추연근 문신 나건파 성백주 이석우 조목한 오영재 등을 거론했다.

금정총림 범어사 정오 주지 스님이 '범어사 가는 길'을 그린 윤종철 작가 작품 앞에서 범어사 굴뚝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금정총림 범어사 정오 주지 스님이 '범어사 가는 길'을 그린 윤종철 작가 작품 앞에서 범어사 굴뚝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한편 이날 참석자 중에는 금정총림 범어사 정오 주지 스님도 있었는데 그는 “‘3·1절 기념미전’으로 시작된 부산미술협회의 역사와 3·1운동의 정신을 실천해 온 범어사의 길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비롯되었다”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공동체를 지키고자 했던 그 노력이 오늘 우리를 이 자리에 서게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919년 3월 부산지역 3·1 운동의 핵심 거점이었던 범어사는 당시 한용운 등의 영향을 받아 부산 전역으로 만세운동을 확산시켰으며, 범어사의 만세운동은 부산·경남 지역의 3·1 운동을 촉발한 도화선이 되었다. 정오 주지 스님은 또 “깨달음은 산문 안에 머무는 게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함께 짊어질 때 더욱 빛난다”고 강조한 뒤 “해방의 혼란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마음과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던 그 정신이 오늘의 부산미술을 이루어 왔을 것”이라고 덕담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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