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지역의사제의 한계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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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과 제도 도입 환영할 만
부산·울산 등엔 전혀 혜택 없어

필수 의료 인력 부족은 해결 난망
하위법령 개정 등 촘촘한 대책 절실

지역의료 붕괴 막기 위해 고민해야

정부가 지역의사제 지원 자격을 내년부터 해당 지역 중학교 출신으로 제한하면서 의대를 노리는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또 한바탕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지역의사양성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재입법 예고를 하면서 당초 2033학년도부터 적용하려던 중학교 소재지 요건 적용 시점을 2027학년도로 앞당겼다. 또 비수도권이었던 중학교 소재지 요건은 진학하려는 의대 소재 지역 및 인접 지역인 광역권으로 변경했다. 이는 중학생의 지방 유학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지역의사제는 지난달 10일 정부가 의대 증원분을 전부 지역의사제로 뽑는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0일 2027학년도부터 2031학년도까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 정원을 총 3342명,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기존 의대 정원 3058명(2024년 기준)을 초과해 증원하는 인원은 모두 지역의사전형으로 선발한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등록금 등 정부 지원을 받고 졸업 후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복무하는 정책이다.

이로써 지역의사제를 둘러싼 정책 방향은 일단락된 셈이다. 의료계의 반발로 중단됐던 의대 증원이 결정된 점,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 등은 정부의 결단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현재 지역의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갈 길이 멀다.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사실 개선 효과가 전무하다는 냉혹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의료 인력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부산과 울산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번 지역의사제의 혜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부산대, 동아대, 인제대, 고신대, 울산대 등 부산과 울산지역 의대를 졸업한 이들은 경남의 의료취약지역에 배치된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지역의사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부울경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경우 의무복무지는 창원권(창원, 의령, 함안, 창녕), 김해권(김해, 밀양, 양산), 진주권(진주, 사천, 남해, 하동, 산청), 통영권(통영, 거제, 고성), 거창권(함양, 거창, 합천) 등이다.

경남지역에서는 직접적인 인력 공급 효과가 나타나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10년간 의무복무를 마친 이후다. 경남 내에서도 창원, 김해, 진주 등 일부 대도시에만 의사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군·농어촌 등 최말단 지역은 여전히 의료취약지역으로, 의료 공백이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필수 의료의 개선 정책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부산과 경남은 소아과 진료 대란, 산부인과 분만 대란, 응급실 뺑뺑이 등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과 의료 인력 부족이 항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역의사제 혜택을 받는 경남지역조차도 지역의사제 도입만으로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

현재처럼 지역의사제가 지역 의무복무 10~12년을 유지하는 한, 즉 전공 선택을 강제하지 않는 한 인기 과목 쏠림은 계속될 것이고 필수과 의료 공백은 그대로일 수 있다.

지역의사제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단기적 인력 공급 대책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이들이 의사면허를 취득하기까지 통상 10년의 교육기간이 필요한데, 당장의 의료 공백 해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의료 공백의 본질은 의사 수의 부족과 필수 의료 인력의 부족이다.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일정 부분 의사 수의 부족을 메운다 해도, 그 절대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인기과의 포화로 인해 필수과로 넘어가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기에는 그 수가 턱없이 적다. 특히 지역의사제가 필수 의료과로의 강제 선택을 요하지 않는 이상 필수 의료의 공백도 메우기 힘들다.

결국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의사 수의 대폭 확대와 필수의료의 수가 인상인데, 의사 수의 확대는 의료계의 반발을 부르고, 의료수가 인상은 국민건강보험기금의 고갈을 불러온다. 하지만 의사 수가 대폭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 필수과로의 낙수효과는 커질 것이며 지금 같은 고소득을 보장할 수 없게 돼 장기적으로 인재가 의대에만 쏠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지역의사제의 성공을 위해서 정부는 하위법령 개정 등을 통해 좀 더 촘촘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하고, 나아가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한 본질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의료 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의료계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미봉책으로 때웠다면, 여러 분야에서 개혁이 진행되는 지금, 지금이야말로 의료 개혁의 출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세헌 편집국 부국장 cornie@busan.com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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