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드디어, 해양수도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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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한일의원연맹 자문위원

해양 행정 컨트롤타워 비로소 부산에
지역 고민 범정부 차원 논의 가능해져
지방과 중앙, 부처와 부처 벽 허무는 실험
성공 여부 시민 관심·비전 제시에 달려

6·25전쟁 당시 부산은 대한민국의 ‘수도’였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입법·사법·행정기관이 부산에 자리했다. 휴전과 함께 찾아온 수도의 지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후 중앙 부처가 부산에 둥지를 튼 적은 없었다. 그런 부산에 2025년 12월, 해양수산부가 이전했다. 73년 만의 중앙 부처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다. 대한민국 해양 행정의 컨트롤타워가 비로소 부산에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해수부 이전 효과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거대하다. 해수부를 찾아온 수많은 국내외 기관과 글로벌기업 관계자들이 내친김에 부산의 해양기업과 기관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기업 홍보와 사업 협력이 일어나는데, 서울이나 세종에 해수부가 있던 때에는 감히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라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해수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의 각종 기관과의 타운홀 미팅이 이어지고, 부울경을 아우르는 산업 전반과 해수부 기능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청사만 나서면 만날 수 있는 해양 현장이 바로 부산이니 민원 해결에 목마른 지역 기업인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당연지사다. 지난달 25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도 그중 하나다. 해양풍력발전 부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인은 간담회에서 대형 구조물 운송 문제를 토로했다. 낮에 도로를 이용할 수 없어서 심야 운송을 하는데 불법 논란으로 늘 조마조마하다고 푸념했다. 게다가 수출하려면 부두가 있어야 하는데 컨테이너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부산항의 시스템 한계를 지적했다. 그 넓은 부산신항 배후 부지에 제조업체가 왜 활성화하지 못하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런 토로와 고민도 과거에는 지방 정부의 민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해수부 장관이 필요에 따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수 있고 범정부 차원의 논의로 이어갈 수 있으니 부산 기업인의 희망이 커진 것이다.

해수부는 더 이상 여러 부처 중 하나로 머물지 않는다. 부산의 수많은 현장 목소리, 그것이 설령 해양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도 중앙정부 플랫폼으로 의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해수부는 이미 서울과 세종의 타 부처와 다르다. 아니,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지역과 중앙을 잇는,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이른바 ‘부산 On’ 해수부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부각된다. ‘지역이 곧 국가’라는 인식의 중심에 서 있고 다른 중앙 부처를 끊임없이 설득하는 주체로 변하고 있다. ‘부산에 홀로 떨어진’ 부처가 아니라 ‘부산에서 홀로 국가 운명을 짊어진’ 혁신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AI시대다. 새로운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모든 국가가 규제보다 설루션, 즉 해결책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해수부가 이런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물놀이가 해양레저의 전부이던 시대에 설정한 규제 틀로는 한국형 크루즈산업, 바지선 레스토랑, ESG와 결합한 해양레저 산업의 성장을 기약할 수 없다. 안전과 환경의 중요성을 ‘모르쇠’ 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전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사후 책임을 더 철저히 묻는 것이 시대에 부합하는 행정 혁신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해양관광을 보아도 바다에서 이뤄지는 관광만이 아니고 해양을 자원으로 삼는 관광산업이라는 관점을 해수부가 주도해야 한다. 소관 업무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부처가 아니라, 모든 지역사회 문제를 해양의 관점에서 수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해양공간을 이용하는 주체 간의 갈등이 있을 때 “합의해 오라”는 힐난으로 책임을 방기하는 부처가 아니라 조정 기구를 설치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용기를 해수부가 지니게 되기도 희망한다.

대한민국은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통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지방과 중앙, 부처와 부처의 벽을 허무는 실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 것인가, 아니면 미완의 혁명으로 끝낼 것인가는 부산 시민들의 관심에 달렸다. ‘규제의 도시’에서 ‘해결의 도시’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이번에는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나무를 구해 오라고 하지 말고,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갈망하게 하라”는 문장이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온다. 꿈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배를 지어도 깊은 바다로 항해를 떠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해수부는 지금 배 짓기에 앞서 어디를 어떻게 항해할지 꿈부터 키워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 중 가장 중요한 북극항로 개척의 꿈도,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업도 그런 꿈과 실험 속에서 성취될 수 있다. 대통령도 아마 그런 꿈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해수부 장관을 찾고 기대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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