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이제 '오션 마인드'의 시대로
송민 서핑 국가대표 감독
2026년의 시간도 어느새 한 달을 지나왔다. 사람들은 달력을 넘기며 흐르는 시간을 체감하고, 바다 역시 해마다 다른 결을 만들어낸다. 파도는 결코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늘 어제와는 다른 바다를 마주한다. 그리고 지금의 바다는 단순한 자연의 반복을 넘어 ‘부산 시대’라는 이름의 결정적 가능성을 품은 채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히 행정기관의 지리적 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의 해양 전략 중심이 서울이라는 내륙의 틀에서 벗어나 비로소 바다 현장으로 체질을 바꾸는 역사적·구조적 전환이다. 그동안 책상 위에서 설계되던 해양 정책은 이제 부산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입안될 것이다. 이 변화는 부산이 더 이상 중앙의 지침을 수행하는 항만 도시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 해양 경제의 심장이자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국가적 선언에 가깝다. 변화는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지만, 그 방향성만큼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분명하다.
‘북극항로 개척’ 생존과 직결된 현실
부산, 세계 경제 핵심 거점 도약 기회
바다 중심 도시 구축 시드니 ‘참고점’
파도 기다리기보다 서퍼처럼 나아가야
특히 북극항로의 개척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이나 외신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부산의 생존과 직결된 이미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항로의 상업적 운항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까지의 항해 거리는 기존 수에즈 운하 노선보다 12~15일가량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물류 비용 절감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물류의 기준이 바뀌고 세계 항만 지도의 위계가 다시 재편되는 거대한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유라시아 대륙의 기점과 종점에 위치한 부산항이 이 새로운 ‘지름길’의 관문으로 부상하며, 부산이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결정적 기회를 맞이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도시가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학부 시절을 보냈던 호주의 시드니는 항만 도시가 어떻게 한 도시의 삶의 방식과 정체성까지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드니는 항구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항만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항만과 해변, 레저와 문화, 주거와 관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바다를 중심에 둔 도시 구조’를 구축해 왔다. 그곳에서 바다는 산업의 배경이 아니라 도시의 중심이었고 곧 경쟁력이었다. 이 점에서 시드니는 부산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참고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부산은 북극항로의 수동적인 종착지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해양 질서를 주도하는 능동적인 출발지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부산항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환적 항만이지만 우리가 마주할 다음 파도는 단순한 하역과 적치의 범주를 훨씬 넘어선다. 해양 에너지와 해양 레저, 요트·크루즈 산업,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해양 관제,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 나아가 해양 도시만이 구현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바다는 이제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도시의 삶 전체를 혁신하는 핵심 성장 엔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서핑팀을 이끌며 파도를 마주할 때마다 절감하는 진리가 하나 있다. 최고의 서퍼는 막연히 같은 곳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파도의 결을 읽고 적극적으로 파도를 찾아다니는 사람이다. 도시의 운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파도는 위협적인 파고일 뿐이지만, 깨어 있는 도시에 파도는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부산·울산·경남을 잇는 이른바 ‘동남권 해양 벨트’는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부산의 항만 서비스가 울산의 조선 산업, 경남의 해양 기자재 산업과 하나의 사슬처럼 맞물릴 때, 우리 해양 경제의 체급은 비로소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 역시 분명하다. 단순히 ‘오션 뷰(Ocean View)’가 좋은 도시가 아니라, 도시 구성원 모두가 ‘오션 마인드(Ocean Mind)’를 공유하는 도시다. 바다를 풍경으로 소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바다를 향해 도전하며 주도적으로 나아가는 해양 주권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오션 마인드란 결국 바다를 두려움이 아닌 기회로, 금기가 아닌 일상의 놀이터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지금 부산 앞바다에는 거대한 기회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 흐름을 놓친다면 우리는 또 한 세기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도의 결을 읽고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면, 분명 부산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해양 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
바다는 다시 부산을 부른다. 이 파도를 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 부산은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