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카페와 공연장 사이에서, 쇤필드의 '카페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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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폴 쇤필드. 위키미디어 폴 쇤필드. 위키미디어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가 음악이 너무 시끄러워서 그냥 나와버린 적 있다. 카페에서 듣고 싶은 음악이라는 게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나로선 너무 무겁지 않은 음악이며 너무 번잡스럽지도 않은 음악이었으면 한다. 창밖의 풍경이 좋은 카페에선 음악이 아예 없었으면 하고 여길 때도 많다.

오래전 바로크 시대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서 생겨난 음악을 ‘타펠무지크’(Tafelmusik)라고 불렀다. 독일어로 ‘식탁’(Tafel)과 ‘음악’(Musik)의 합성어이니 말 그대로 ‘식탁의 음악’을 뜻한다. 궁정이나 귀족 저택의 연회 때 분위기를 조성해 줄 수 있는 편안한 음악이다. 대표적으로 텔레만의 기악 모음곡 ‘타펠무지크’를 들 수 있다.

현대에 와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 작곡가가 있었다. 폴 쇤필드(Paul Schoenfield)라는 작곡가가 있다. 1947년 1월 23일에 미국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6세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 그다음 해부터 작곡을 시작했다는 자료가 있는 걸 보면 만만찮은 음악적 천재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팝, 라틴음악, 유대교 음악 등을 클래식과 자유롭게 결합하여 새로운 미국적 음악을 만들어냈다. 2003년에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한 쇤필드는 미시간대학의 작곡과 교수로 있다가 2024년에 세상을 떠났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고, 수학자이며 탈무드에 정통한 신학자이기도 했다.

쇤필드는 젊은 시절이던 1985년에 미네아폴리스에 있는 머리스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생활한 적 있는데,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레스토랑에서 연주해도 좋을 법한 ‘하이 클래스 디너 뮤직’을 구상했다. 이듬해에 ‘카페 뮤직’이라는 제목으로 피아노 3중주곡을 발표했고, 이 곡은 지금까지 쇤필드의 대표작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이 심각함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고급스러운 유희’가 되기를 원다면서 “20세기 초의 미국풍, 빈풍, 경음악풍, 집시풍, 브로드웨이풍 음악을 모두 넣었고, 아름다운 유대교 하시드 멜로디도 빌렸다”라고 설명했는데, 들어 보면 말 그대로 각종 음악 재료들이 섞여서 초롱초롱 빛난다는 느낌이 든다.

총 3악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1악장에선 래그타임, 스트라이드 피아노 등 초기 재즈 요소들을 빌렸다. 2악장은 블루스와 유대교의 클레츠머 음악과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서정성을 담았다. 3악장은 왈츠, 집시 음악에 빠른 스윙재즈를 혼합해서 강력한 에너지를 뿜으며 마무리한다.

무조성과 각종 실험적 음향 때문에 현대음악을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경쾌하고 나긋나긋한 곡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쇤필드 : 카페뮤직 - 윤은솔 (바이올린), 박유신 (첼로), 임현진 (피아노) 쇤필드 : 카페뮤직 - 윤은솔 (바이올린), 박유신 (첼로), 임현진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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