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의 '지방 주도 성장' 강력한 분권이 전제돼야
하향식 인센티브만으론 행정통합 한계
다극체제 구축 위한 재정 이양 등 필수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를 대도약 원년으로 삼고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대도약을 위한 성장전략으로 가장 첫머리에 지방 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이는 수도권 1극 체제를 ‘5극 3특 체제’로 개편함으로써만 가능할 것이기에 대통령은 지방이 그에 걸맞은 규모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5극 3특 체제 개편에 걸맞은 규모를 갖추기 위한 방편으로 대통령은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의 광역 행정통합 사례를 꼽으면서 이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까지 추켜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도권에서 먼 거리에 재정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방 주도 성장을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정책 일관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광역 행정통합을 국가 생존 전략이라 내세운 점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수십조 단위 재정 인센티브를 앞세우며 행정통합 속도전에 나선 것을 두고 지방선거용 쇼라는 비판이 불거지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수년 전 정치권을 시작으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하향식으로 추진하다 무산된 경험이 있는 동남권에선 인센티브를 쥔 정부 주도의 하향식 행정통합 추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동남권의 우려는 21일 김두겸 울산시장이 부산·경남과 진행할 광역 행정통합 논의에 대해 밝힌 입장에서도 드러난다. 김 시장은 이날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역 행정통합에 앞서 지방정부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시민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지방정부의 사무와 권한이 중앙정부에 귀속된 구조를 놔두고 행정 단위만 확대하면 균형발전보다는 지역간 쏠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처럼 동남권에서는 권한과 재정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한시적 인센티브 부여로 추진하는 광역 행정통합은 부울경 메가시티가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광역 통합의 방향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은 성장 축을 분산시킴으로써 수도권 집값 과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대통령이 그런 의지를 관철하겠다면 재정과 사무 이양을 통한 실질적 분권의 병행은 필수적이다. 정부 주도의 하향식 인센티브만으로는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인센티브용 재정 감당 여부 우려도 나오는 형국이다. 제대로 된 분권을 토대로 강력한 다극체제 구축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방 주도 성장 전략은 모래성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