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3 비상계엄 선포·포고령 발령 내란 해당" 법원 첫 판단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징역 23년 선고
'친위 쿠데타' 엄중 심판 되풀이 막아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한다는 첫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21일 비상계엄 당시 국무총리였던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12·3 비상계엄이 명백한 내란죄에 해당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규정한 것이다. 특히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 총리를 법정구속했다. 이에 앞서 법원은 지난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사건을 선고할 당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내란죄와 연결 짓지는 않았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이번 판결은 다음 달 19일로 예정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죄 재판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전 총리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 등이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이 사건을 ‘12·3 내란’이라 명명했다. 윤 전 대통령과 추종세력에 의한 친위 쿠데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형법 87조는 내란을 ‘대한민국 영토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로 정의한다. 법원은 국헌 문란과 폭동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국무총리가 헌법 수호는커녕 내란에 가담한 것은 참담한 일이다. 더욱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았던 그가 지난 대선 후보가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재판부는 이날 한 전 총리에게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질책했다. 또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가 폐기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에서 벗어나는 데 급급했다. 작년 2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을 하기도 했다. 일국의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거짓말과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다.
비상계엄 가담자들의 대다수는 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하지만 그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으면서도 변명으로 일관했다. 재판부가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이 헌법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위협한 비극적 사건이다. 대한민국은 국민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독재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도 있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비상계엄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치적 갈등과 국민 분열 상황이 개선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