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모든 세대를 위한 포용 도시
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인구는 운명이다!” 정치학자 와텐버그(Wattenberg)와 스캠몬(Scammon)이 미국의 투표 성향을 인구와 연계하며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이 말이 필자에게는 한국, 특히 부산의 인구 관련 심각성을 경고하는 말로 들린다. 우리나라는 향후 100년 동안 현재 인구의 70%가 넘게 사라지며, 부산은 78.6%가 없어져 전국 1위의 소멸로 치달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생애 단계별 위기도 심각하다. 영유아·아동·청소년기는 유례없는 저출생 쇼크, 10년 넘게 사망 원인 1위인 자살, 4명 중 1명은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우울감 확산, 디지털 의존에 따른 사회성 결여 등을 경험하고 있다. 청년기는 일자리 진입 부족, 사회적 관계 단절 고립·은둔 청년 54만 명,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청년 일자리 격차뿐 아니라 부모 세대보다 힘겨운 경제생활과 높은 부양 부담이 숙명처럼 기다리고 있다. ‘낀 세대’인 중장년기는 60% 이상 노부모와 미취업 성인 자녀를 동시 부양하는 ‘더블 케어’, 주된 일자리에서 49세에는 물러나야 하는 조기 퇴직, 퇴직 후 국민연금까지 이어지는 긴 ‘소득 절벽’ 경험, 자녀 교육과 부양에 모든 자산을 쏟아부어 무전노후(無錢老後) 등이 기다리고 있다. 노년기는 OECD 최고의 상대적 빈곤율에 따른 빈곤의 일상화, 디지털 소외, 간병 파산과 돌봄 난민화를 겪고 있다.
종래에는 청년 초기까지는 교육, 중장년은 일, 노년은 여가·은퇴로 연령을 나눴다. 하지만 길어진 수명에 따라 지속적 소득 활동 필요성, 빠른 사회·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평생 직업교육·훈련의 필요 증가, 평생 고용 가능성 유지, 건강한 노년을 위한 노화 교육과 인식 개선 요구 등으로, 이제는 전 연령을 통합해 접근하는 시각과 동시에 세대별 맞춤형 전략을 혁신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여기서 연령 통합은 단순히 ‘세대가 함께 산다’는 의미보다, 교육·직업·사회 참여·커뮤니티 영역에서 연령이 진입·유지·철수의 제약 요인이 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나이가 60세 정년이라는 고정된 틀을 깨야 하고, 교육(아동·청소년), 일(청년·중장년), 안식(중장년), 돌봄(노년)에 필요한 시간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자산, 시간을 통합 관리하는 생애 계좌(Life-Course Account)도 도입해야 한다. 여러 세대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거지 15분(혹은 30분) 거리 내에 보육시설, 청년 창업 공간, 노인 돌봄시설이 한 건물에(아니면 하나의 생활권 내) 위치한 ‘올 인 원(All In One) 커뮤니티 허브’를 구축하고, 세대 간 디지털 연대와 심리적 연결을 촉진해야 한다. 부산은 모든 연령에 대해 더 포용적이고 더 혁신적이어야 우리 앞에 놓인 인구 위기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