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K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 부산 미래 위한 공동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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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부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장 한국과총 부울연합회 부회장

지난해 9월 25일 열린 부산 해양반도체 신산업 과제기획위원회 출범식. 부산테크노파크 제공 지난해 9월 25일 열린 부산 해양반도체 신산업 과제기획위원회 출범식. 부산테크노파크 제공

인류 문명은 바다를 따라 확장돼 왔다. 항해술은 제국을 만들었고, 증기기관과 컨테이너는 세계를 연결했다. 바다는 늘 가장 가혹한 환경이었고,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그리고 지금, 바다는 다시 한번 기술을 부르고 있다. 이번에는 선박 크기나 항로 길이가 아니라, 반도체다. 바다 위 안전과 에너지 효율, 자율 운항과 무인화는 철판과 엔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해양반도체가 선박의 두뇌와 신경, 심장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지방 주도 성장’을 대한민국 재도약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며, 수도권 1극 체제에서 5극 3특 체제로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특히 ‘남부권 반도체 벨트’를 언급하며, 첨단산업 발전이 지역 성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하겠다고 했다. 이는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이 국가 산업 전략의 주체가 되는 구조 전환 선언이다. 이러한 국정 철학은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에도 제시되었다. 광주-부산-구미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는 그 상징적 비전이다. 단순한 지리적 연결이 아니라, 지역별로 역할을 분담하는 국가 반도체 가치사슬 재설계다.

친환경과 자율 운항, 스마트 항만

해양산업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

부산 SiC 전력반도체로 기반 갖춰

민간 주도 실행 플랫폼 출범 신호탄

‘지방 주도 성장’ 현실적 구현 모델

부산은 이 전략에서 새롭게 등장한 도시가 아니다. 이미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착실히 다져왔다. 특히 부산시는 전력반도체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설정하고, 단기간 성과보다 중장기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둔 정책을 지속해 왔다. 그 과정에서 부산은 역외 기업 유치뿐만 아니라, 기술 수요와 산업구조를 전제로 한 선택적 투자 유치를 추진해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기업들은 부산을 ‘실험 가능한 도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시가 인프라, 연구 장비, 테스트 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노력이 있다. 단순한 공장 부지가 아니라, 연구-제조-실증-검증이 도시 안에서 가능한 구조를 만들면서 기업에 분명한 신호로 작용했다. 이는 부산이 더 이상 ‘값싼 입지’가 아니라, 기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 거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 속에서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는 부산 전략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SiC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를 넘어, 고온·고압·고신뢰성이 요구되는 해양과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기술이다. 정부의 30대 선도 프로젝트에도 핵심 기술로 포함된 SiC 전력반도체는, 부산이 지향하는 해양반도체 전략의 기술적 모태라 할 수 있다.

부산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전력반도체를 바다로 확장하는 해양반도체 전략이다. 해양반도체는 염분, 습기, 진동, 고압의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반도체 소자와 모듈을 의미한다. 전기추진선, 자율 운항 선박, 스마트 항만까지 해양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고신뢰 반도체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육지서 검증된 반도체는 많지만, 바다서 끝까지 버티는 반도체는 드물다. 해양은 까다로운 실증 현장이며, 동시에 가장 높은 부가가치 시장으로 가는 관문이다.

해양반도체는 조선·해양·에너지·국방·AI를 하나의 기술 축으로 묶는 융합 산업이다. 극한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시스템 통합 역량은 부산이 가진 산업구조와 정확히 맞물린다. 이는 지방 주도 성장의 가장 현실적인 구현 모델이다. 부산은 반도체를 ‘많이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해양 현장에서 쓰이며 검증되는 반도체를 ‘완성시키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부산시는 부산테크노파크,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차세대 해양반도체 허브도시 조성 계획을 수립해 클러스터를 준비중이다. 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 출범은 이 구상을 실행으로 옮기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얼라이언스는 수요 기반 공동 기획, 공급망 연계,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 표준·인증 체계 마련, 전문 인력 양성까지 함께 추진하는 민간 주도 실행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도시는 언제 미래를 결정하는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디에서,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순간이다. 부산에서 출범하는 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는 바로 그 선택의 선언이다. 해양수도 부산은 이제 항만과 물류의 도시를 넘어, 해양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기술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는 그 출발선이다. 부산은 지금, 미래에 가장 현실적인 답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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