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명에 친한파 극한 반발… 극단 치닫는 국힘 내부 갈등
윤리위 제명 후 국힘 내부 갈등 전면전
한동훈 “또 다른 계엄”…장동혁 직격
지방선거 앞두고 내홍 격화 우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을 둘러싸고 당 내부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친한계(친한동훈계)는 “맞서 싸우겠다”며 공개 반발에 나섰고, 당 지도부와 당권파는 윤리위 결정을 수용해 제명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헌·당규에 따라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는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절차상 한 전 대표는 징계의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재심 청구가 없을 경우 이르면 오는 26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에서 제명이 확정될 전망이다.
한 전 대표는 윤리위 결정 직후 강하게 반발하며 장동혁 지도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을 극복하고 통합해야 할 때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또 다른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며 “계엄을 막고 당을 지킨 저를 허위 조작으로 제명했다. 국민, 당원과 함께 이번 계엄도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재심 청구 대신 정치적·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기자회견은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형동·배현진·박정훈·정성국·고동진·유용원 의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이 함께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지지자 수십 명이 몰려 ‘한동훈 화이팅’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장동혁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윤리위가 독립기구라는 당 지도부 설명에 대해 그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안다. 장 대표 스스로 방송에 나와 이호선, 윤민우가 말하는 똑같은 얘기를 한다”며 “조작이 드러나니 내용은 본질이 아니라고 말을 바꾼다. 이 문제는 장 대표가 계엄을 막은 저를 찍어내기 위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 대표와 당권파는 윤리위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장 대표는 이날 대전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 결정을 뒤집고 다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당게 사건은 오래 진행된 사안이고, 그 사이 많은 당내 갈등이 있었다”며 “이 문제를 누가 먼저 풀고 가야 정치적으로 해결될지에 대한 제 입장은 이미 말씀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징계 수순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민영 대변인도 한 전 대표를 겨냥해 “혹여 가처분 등으로 망신을 자처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며 “그만 정치권을 떠나 자중하며 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징계 처분을 둘러싸고 당 내부에서는 이견이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친한계는 장동혁 지도부가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당내 공부모임 ‘대안과 미래’도 당 지도부를 향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 제명 결정을 재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안과 미래는 이번 결정을 두고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당의 통합에 역행한 반헌법적, 반민주적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익명으로 정치적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한 당원 게시판 글을 이유로 당원을 제명하는 조치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다. 당 지지율 침체 등으로 중도층 민심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중도 민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인식이 퍼지며 그동안 침묵하던 의원들까지 잇따라 입장을 내는 분위기다. 5선 권영세 의원도 “익명에 숨어 자당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잘한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명 처분’을 내리는 것은 비행에 상응하는 수준을 넘는다”며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 당과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결정을 계기로 친한계와 당권파가 정면으로 맞서는 당내 갈등이 통제 불능의 전면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