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없어 센터 못 짓는데…" 0.1점 승부에 상급종합병원 '초비상'
제6기 지정 평가안 기준 ‘파장’
6개 센터 운영 여부 항목 신설
부울경 병원 상당수 신설 어려워
구도심 위치해 부지 여유 없어
탈락 땐 환자 수도권 이탈 가속화
하반기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를 앞두고 심사 기준안 변경으로 일부 상급종합병원이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의 움직임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한 대형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모습. 연합뉴스
하반기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를 앞두고 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의 움직임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준비 기간이 반 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심사 기준안 변경으로 일부 상급종합병원이 탈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다. 상급종합병원 탈락이 현실화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지역 환자의 수도권 이탈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13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기준(안)은 제5기 심사 기준보다 상대평가 지표 변화가 특히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예가 전문진료 질병군(입원) 비율과 경증환자 회송률 기준 상향이다. 예를 들면 5기 평가에서 경증환자 회송률 0.1~3.0%이면 받을 수 있던 점수를 이번에는 0.5~6.0%가 돼야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간호교육 전담인력 확보율과 소아응급환자 분담률, 중증상병 환자 분담률 등이 평가 항목에 새로 포함됐다.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이 ‘진료량 경쟁’에서 ‘중증·필수의료 집중’으로 본격 전환된 것이다.
지역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6개 센터 운영 여부가 평가 항목에 신설된 점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는 각각 0.5점,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권역책임의료기관, 중증·권역 모자의료센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각각 0.25점을 받을 수 있다. 0.1점 차로 당락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가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상급종합병원 상당수는 6개 센터 신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모두 구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부지 여유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이들 대부분은 용적률 90% 상당을 이미 쓰고 있으며, 일부 병원은 15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센터가 하나도 없는 곳도 존재한다. 부지 부족으로 수년간 추진했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받지 못한 곳도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탈락은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 제3~4기 당시 부울경 일부 상급종합병원이 2차 종합병원으로 격하되자 지역 중증환자의 역외 유출이 심각해지고 전문의와 전공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삼중고를 겪은 바 있다.
이에 지역 의료계에선 공공의료 인프라 확보를 위한 조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의 경우 ‘부산광역시 필수의료 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와 ‘부산광역시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필수의료 공백을 막는 재정 지원의 길이 마련돼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도시계획 조례는 감염병관리시설에 한해 120% 이하 범위에서 용적률 완화가 가능한데, 적용 범위를 확대해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공공필요 의료시설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부산 상급종합병원 대부분 공간 부족으로 인해 센터 신설이나 확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인력 확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만큼 타 지역 병원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부산시는 “형평성 문제로 인해 용적률 완화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해결점 모색을 위해 지역 의료계와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 평가 기준을 공고한 뒤 공모에 신청한 병원을 대상으로 오는 8~11월 평가를 진행하며 연말 신규 지정·재지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제6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수행한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