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하던 통영 섬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 다시 피어난 비결은?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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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학교살리기 프로젝트’ 결실
지난해 7세대 23명 욕지도 정착
서울·부산·울산·대구·안동서 전입
추진위 환영식 “물심양면 돕겠다”

통영욕지학교살리기추진위원회와 욕지총동문회는 9일 어린 자녀와 함께 욕지도에 새 둥지를 튼 전입 가족을 위한 환영식을 열었다. 통영시 제공 통영욕지학교살리기추진위원회와 욕지총동문회는 9일 어린 자녀와 함께 욕지도에 새 둥지를 튼 전입 가족을 위한 환영식을 열었다. 통영시 제공

“아이와 함께 시작하는 새로운 삶, 욕지가 함께 응원합니다.”

매서운 한파에 바닷물까지 얼어붙은 9일 오전 11시 통영 욕지도 마을도서관. 상기된 표정의 주민과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단상 벽면에는 ‘2025 자녀 동반 전입가족 환영식’ 현수막이 붙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욕지도에 새 둥지를 튼 가족들을 환영하려 욕지학교살리기추진위원회와 욕지총동문회가 준비한 두번째 이벤트다. 전입 가족과 섬마을 주민 등 50여 명이 시청각실을 가득 채웠다.

추진위에 따르면 지난해만 7가구 23명이 자녀와 함께 욕지도에 정착했다. 이 중 6가구 21명(유치원생 3명, 초등학생 4명, 중학생 1명)이 서울, 부산, 울산, 대구, 안동 등 관외 전입자다. 1가구는 통영 시내에서 욕지로 터전을 옮겼다. 다음 달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초등생 자녀 2명을 둔 일가족이 욕지에서 인생 2막을 연다.

이들 모두 추진위가 기획하고 통영시가 지원한 ‘욕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 수혜자다. 추진위는 욕지초등 졸업생과 주민들이 동네 학교를 살리려 2024년 9월 결성된 순수 민간단체다.

욕지도는 통영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가량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외딴섬이다. 과거 ‘어업 전진기지’로 명성을 떨칠 땐 주민 수가 2만 명을 넘었다. 이를 토대로 1924년 원량공립보통학교가 개교했다. 현 욕지초등의 전신이다. 이후 100년 동안 75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어 1946년엔 욕지공민학교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욕지중학교가 문 열었다.

통영시가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욕지초·중학교를 위해 추진한 ‘욕지도 자녀동반 전입세대를 위한 빈집 리모델링 등 주거지원 사업’ 첫 수혜 가족 정식 입주 모습. 부산일보DB 통영시가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욕지초·중학교를 위해 추진한 ‘욕지도 자녀동반 전입세대를 위한 빈집 리모델링 등 주거지원 사업’ 첫 수혜 가족 정식 입주 모습. 부산일보DB

하지만 여느 섬이 그렇듯 열악한 정주 환경과 접근성 탓에 인구 유출이 가속하면서 주민 수는 1300명 대로 급감했다. 전교생이 15명인 욕지초·중학교 역시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추진위는 지난해 초 유튜브에 ‘작은 학교에서 시작되는 큰 꿈, 욕지초등학교, 욕지중학교로 오세요’란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자녀와 함께 이주 시 제공되는 주거와 일자리 혜택 그리고 장학금, 공부방, 골프, 스노클링 등 사교육 걱정 없이 작은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담았다.

작은 희망을 품고 올린 영상이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전국 각지에서 문의가 빗발쳤고, 추진위는 3학년 학생 1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학교 인근 빈집을 전학생 가족을 위한 보금자리로 꾸몄다. 리모델링 비용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했다.

전학생 아버지 일자리는 욕지수협에서 책임지기로 했다. 기대 이상의 호응에 통영시도 빈집 정비 예산 8000만 원을 편성하며 거들고 나섰다. 덕분에 욕지초등 학생 수는 지난해 초 5명에서 지난해 말 10명으로, 유치원생 수는 같은 기간 1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욕지중학교 학생은 7명에서 8명이 됐다.

통영시 욕지도 주민들이 새로 전입하는 가족이 생활할 빈집을 손수 정비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통영시 욕지도 주민들이 새로 전입하는 가족이 생활할 빈집을 손수 정비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욕지총동문회는 이날 환영식에서 전입 가족에게 온누리상품권을 선물했다. 욕지해상풍력대책위원회는 전입 학생은 물론, 유치원생, 초·중학교 재학생 모두에게 장학금 20만 원씩을 전달했다. 욕지주민자치위원회와 전입 가족이 정착한 마을 주민들은 따로 장학금을 맡겼다.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하는 뷔나에너지는 학교 살리기 후원금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욕지학교살리기 김종대 위원장은 “아이들과 함께 욕지도에 정착하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을 텐데 감사드린다”며 “전입 주민들이 섬과 마을에 잘 안착하도록 물심양면 돕겠다”고 약속했다.

통영시는 올해도 1억 4300만 원을 들여 ‘욕지도 자녀동반 전입세대 주거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전입 세대가 새단장한 집에서 3년간 무상으로 머물며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직업·특기를 살린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돕는 게 핵심이다. 이후 한산도, 사량도 등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섬 지역으로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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