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때린 트럼프는 어떻게 백악관을 탈환했나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저널리스트 밥 우드워드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이-팔 전쟁, 트럼프 재선 전쟁 파헤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벽두에 감행한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시킨 전설적인 대기자 밥 우드워드가 이 예측 불가한 ‘트럼프주의’의 기원을 파헤쳤다. 르포 스타일의 논픽션인 저서 ‘전쟁’(War)을 통해서다.
저자는 1989년 뉴욕의 한 디너 파티에서 42세의 젊은 트럼프를 처음 만났고, 우연찮게 인터뷰까지 했다. 그때의 트럼프는 오로지 부동산 거래와 돈 버는 일, 그리고 유명인으로서의 지위에만 관심이 있었다.
에피소드 한 토막. 트럼프는 부동산 위반 고지서를 받으면 당국자들에게 “엿이나 먹으라고 말했다”면서 과태료 지불을 거부하는 자신의 전략을 소개했다. “만약 당신이 쉽게 굴복하는 사람이라고 알게 되면 그들은 당신을 노릴 겁니다”
이 책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급가속하는 미국 정치의 격렬한 권력 투쟁을 그렸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공화당을 지배하면서 ‘그림자 대통령’으로 행세했다. 그렇지만 백악관을 탈환하는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예상 외로 참패했다. 반트럼프 정서의 반영이었다.
트럼프는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세 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공화당은 트럼프를 외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3년 5월 ‘변호사 비용 장부 조작’ 사건 피의자인 트럼프는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범죄 유죄 판결을 받는다.
그때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 조작이라고 주장했고, 그의 추종 세력들은 유죄 판결 하루 만에 트럼프의 후원 계좌에 50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다른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이어야 할 상황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결속의 단초가 됐다. 트럼프는 정치적 부활의 모멘텀을 잡았고, 잇따라 행운이 찾아왔다.
2024년 6월 27일 미 전역에 방송된 대선 토론에서 바이든은 노령으로 인한 쇠퇴를 충격적으로 보여줬다. 곧이어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를 겨냥한 총격 사건이 일어났고, 그때 트럼프의 제스처는 강렬하게 각인됐다.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하고 반격에 나섰지만 이번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트럼프에게 도움을 줬다. 유권자들은 해외에서의 전쟁에 미국이 지나치게 관여한다는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결국 트럼프는 백악관 탈환에 성공한다.
저자는 트럼프의 대통령직에 관한 세 권의 책을 쓰고 8시간 넘게 인터뷰(저자는 첫 만남 이후 30년 만인 2019년 다시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인터뷰했다)한 결과, 그가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믿으면 무엇이든 말하고 행동할 인물임이 명백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결론 내린다. “트럼프는 결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국가를 이끌 자격도 없는 인물이다. 명백히 범죄를 저지른 닉슨 대통령보다 훨씬 나빴다. 미국 역사상 가장 무모하고 충동적인 대통령이다”
하지만 어쩌랴. 트럼프는 다시 대통령이 됐고, 하나둘씩 나타나는 현실은 저자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트럼프의 백악관 탈환 전쟁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팔 전쟁과 백악관의 은밀한 관계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밥 우드워드 지음/김정수 옮김/캐피털북스/580쪽/3만 원.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