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덕도신공항, 대한민국 전환의 킹핀 전략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단순한 지역 SOC 숙원 사업 아닌
국가 대전환의 마지막 전략적 기회
공기 연장 공사 재입찰에 시민 우려
기술적 해법 총동원한 공정 관리로
우리 경제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볼링’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흥미로운 전략적 깨달음을 얻는다. 열 개의 핀 중 ‘킹핀(Kingpin)’을 정확히 타격하면 나머지 핀들은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경영학에서는 복잡한 난제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고리 하나를 해결함으로써 복잡한 문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방식을 ‘킹핀 전략’이라 부른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바로 이 ‘킹핀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 서 있다. 수도권 일극 체제로 인한 국토 불균형, 침체 일로를 걷는 남부권 경제, 나날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물류 전쟁, 그리고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산업구조 재편까지.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은 실로 복합적이고 거대하다. 이 얽히고설킨 난제들을 개별적으로 풀려다가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관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킹핀은 과연 무엇인가?
부산 경제계는 그 해답이 바로 ‘가덕도신공항’에 있다고 확신한다. 흔히 가덕도신공항을 두고 지역의 숙원 사업 정도로 치부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가덕도신공항의 본질은 단순히 지방 공항 하나를 더 짓는 차원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경제, 물류, 해양산업 지형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국가 대전환 프로젝트’다.
가덕도신공항은 국가균형발전의 실질적 완성, 남부권의 새로운 성장 엔진 확보, 부산신항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복합물류체계의 완성,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의 도약, 그리고 AI 첨단산업의 실증 무대 구축까지, 이 모든 과제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전략적 기회다.
세계 물류의 흐름을 주도하는 허브도시들은 이미 답을 알고 실천 중이다. 싱가포르는 창이공항과 투아스 항만을 연계한 ‘Sea-Air 복합운송 시스템’을 구축하여, 단순한 환적 기능을 넘어 고부가가치 가공 무역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두바이 역시 제벨알리 항만과 알막툼 공항을 잇는 ‘두바이 물류 회랑(Dubai Logistics Corridor)’을 통해 화물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사막의 기적을 일구어냈다. 이들은 항만과 공항이 물리적으로 결합할 때, 그리고 그 위에 디지털 물류 시스템이 입혀질 때 도시 전체가 거대한 ‘초연결 경제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미래상 구현을 위한 전략포럼’이 지난달 23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주최로 열렸다. 정대현 기자 jhyun@
우리 부산은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항만-공항-제조-AI를 동시에 통합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도시다. 여기에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높아진 부산의 브랜드 가치, 해양수산부와 해운 대기업들의 잇따른 이전, 주력 제조업의 부활은 대한민국 산업 지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 흐름을 하나로 꿰어 완성시키는 킹핀이 바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이라는 것은 부산 경제계가 내린 확고한 결론이다.
최근 정부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재입찰 발표와 함께 공사 기간도 106개월로 연장함에 따라 시민들의 우려가 크다. 물론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논쟁이 공사 재개 여부나 단순한 공기 단축, 기술적 세부 사항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작은 이슈에 갇혀 이 사업이 가진 거대한 국가적 가치와 전략적 시의성을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은 국가 백년대계인 만큼 다음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투입해 난도 높은 해상 공사를 완벽히 수행해야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책임 있는 자세로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재입찰 절차를 포함하여 행정적 지연 없이 공사가 즉각 재개되도록 하고, 106개월이라는 물리적 시간을 단축할 획기적인 기술적 해법을 총동원해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 관리를 보여주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을 지역 SOC 사업이라는 낡은 틀에 가두지 않고,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의 전환을 이끄는 전략적 중심축으로 완성할 수 있느냐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정부, 부산시, 그리고 관련 기관과 합심하여 이 킹핀 전략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다. 핀은 세워졌다. 이제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확하고 힘차게 킹핀을 쓰러뜨려, 대한민국 경제의 시원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