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국내증시 유인책에 채권형ETF나 현금보유도 인정 검토
당초 국내주식 1년간 투자시 양도세 면제
채권형ETF나 그냥 현금보유도 인정 가능성
기존 주식 다시 해외투자 방지책도 고심 중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9.5원 내린 1440.3원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20%)를 면제하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국내주식 외에도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원화 현금 보유까지 대상을 폭넓게 검토 중이다
국내 증시 부양 효과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환율안정을 위한 자금 유입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와 정부 부처는 현재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인 세부 방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해외주식(12월 23일 보유 기준)을 팔고 그 돈을 RIA를 통해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세를 1년간 면제하겠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내 증시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다. 국내 주식 또는 국내 주식형 펀드 매입 시에 비과세 혜택을 준다.
그러나 해외주식 투자자가 곧바로 국내 주식으로 투자처를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수익이 난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면 일정 수준의 수익률이 기대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RIA 투자 대상에 채권형 또는 주식·채권 혼합형 ETF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더 나아가 RIA에 원화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더라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인정해주는 방안까지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데도 투자하지 않고 돈을 갖고만 있어도 양도세를 면제하는 것이다.
이처럼 투자 대상을 대폭 넓히는 것은 고환율 장기화 상황에서 환율 안정에 먼저 무게를 둬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RIA는 전 증권사를 통틀어 1개만 개설하면 되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증권사들의 RIA 출시는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는 조세 회피 방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일부 주식 커뮤니티나 유튜브에서는 해외주식을 매도해 RIA 통해 국내 주식에 투자한 뒤, 기존에 보유하던 국내 주식은 팔아 다시 해외 주식에 투자하면 된다는 방식의 ‘체리피킹’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세제 혜택만을 목적으로 한 명백한 조세 회피성 거래에는 비과세 혜택을 배제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투자자의 모든 거래를 모니터링하기 쉽지 않은 데다, 행정력이 많이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RIA 통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정부는 과거 2016∼2017년 저환율이 지속되던 시기에 반대로 해외 주식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비과세를 적용하는 해외주식형 펀드를 도입했다. 당시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에 몰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조세회피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투자 대상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