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질서 훼손, 국가기관 사유화”… 윤석열 첫 특검 구형 ‘징역 10년’
내란 특검 26일 결심공판서 구형
윤 전 대통령 첫 특검 구형 나와
내년 1~2월쯤 선고 잇따를 전망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선포 후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특검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체포 방해와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침해, 허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 혐의 등으로만 재판부에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첫 특검 구형이 나온 만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다른 사건들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2월쯤 이어질 전망이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국무위원 심의·의결권을 침해하고 외신 기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전파한 혐의, 비화폰 관련 증거인멸 혐의 등은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허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 부분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특히 특검팀은 공수처 체포방해 혐의에 대해 “경호처 소속 공무원을 사병화해 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저지하도록 한 게 전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가중 구간 징역 1~4년보다 무거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이날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박억수 특검보는 “그럼에도 범행이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대통령 구속이 유치하다’고 주장했다”며 “국민 신임을 저버리고 본인 범행을 반성하기는커녕 불법성을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대통령 권력 역시 마찬가지”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꾼다는 명목으로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피고인이 제왕적 대통령제 견제 장치를 전혀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전인수격으로 범행을 저질러 대한민국 법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피고인을 신임해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에게도 큰 상처가 됐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국민에게 반성하거나 사죄하는 마음을 전하기보단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반복 주장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피고인이 훼손한 헌법 질서와 법치주의를 다시 바로 세우고 다시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고 권력자에 의한 권력남용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실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외관만 갖추려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했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이 가진 헌법상 권한인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지난 7월 그를 구속기소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문서에 따라 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만들고,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 서류인 문건을 파쇄해 폐기한 혐의도 받는다.
또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비화폰 등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또 올해 1월 대통령경호처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막도록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남색 정장을 입은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굳은 표정으로 특검 구형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지난 공판에서 내년 1월 16일 이번 사건에 대한 선고를 예고했다. 내란 특검법상 1심 선고가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안에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본류’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로 선고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사건 선고일이 결정되면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관련 4개 재판뿐 아니라 총 7개 재판 중 첫 판결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심리 중인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내년 2월쯤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