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기억 서서히 잃어가는 연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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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딸의 카드 빚 떠안아
집안 파탄, 자식들도 모두 떠나
최근 치매 진단에 멍하니 앉아
가축 살던 공간서 홀로 움츠려

연숙(가명·71) 씨의 집은 과거 축사로 사용됐던 어두컴컴한 2평 남짓한 공간입니다. 해도 들지 않는 단칸방에서 연숙 씨는 하루 종일 TV만 봅니다. 어둠 속에 덩그러니 앉아 외부인을 향해 환영도 거부도 않던 연숙 씨와의 첫 만남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합니다.

연숙 씨는 모든 질문에 멍한 표정으로 침묵하거나 “몰라”라고만 답합니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알음알음 이웃들을 통해 연숙 씨의 지난 몇 년을 추측하고, 수십 년 전 소식을 끊고 도망갔던 딸과의 통화에서 연숙 씨의 과거와 현재를 짐작할 뿐입니다.

한때 연숙 씨는 가정이 있었고, 남편 명의의 집도 있었습니다. 가끔 지인들과 꽃놀이를 가고 이웃들과 음식을 나눠 먹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20년 전 즈음 딸이 부문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받았고, 카드 빚은 눈덩이처럼 늘었습니다. 그 빚과 추심을 감당할 수 없어 딸은 야반도주했고, 연숙 씨가 그 빚을 떠안았습니다. 집은 경매에 넘어갔고, 부부 관계는 파탄이 났습니다. 남은 자식들은 엄마를 원망하며 떠나갔습니다. 연숙 씨는 오랜 기간 홀로 떠돌며 주민등록이 말소됐습니다. 흘러 흘러 이곳에 정착했고, 밭일을 하며, 떠돌이 개들을 키우며 그렇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근근이 유지되던 일상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연숙 씨는 두문불출했고, 말과 표정 그리고 기억을 잃어갔습니다.

얼마 전엔 치매진단을 받았습니다. 뇌경색 가능성도 높아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연숙 씨는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 멍하니 앉아만 있습니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자녀들은 엄마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몰랐다며, 엄마의 상황을 들은 후에도 자신들의 고단한 삶을 핑계로 도움은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연숙 씨는 지금도 가축이 살던 공간에서 매일 어둠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전기도, 수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차가운 한기에 움츠려있습니다. 음식 조리, 목욕, 대소변 처리 등 기초적인 생활 어느 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몸과 옷에서 풍기는 불쾌한 냄새 때문에 사람들은 슬금슬금 피합니다. 하지만 연숙 씨는 아주 가끔 “나 때문에 고생이 많다”며 표정 있는 얼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연숙 씨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몸을 씻을 수 있고, 빨래를 할 수 있고, 화장실을 갈 때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되는 그런 집 말입니다. 누구든 방안에 들어와 앉아 “어제는 안녕히 주무셨냐”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강서구청 복지정책과 신혜영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790-1400, 051-790-1415.

△공감기부(무료) 방법-부산은행 사회공헌홈페이지(www.happybnk.co.kr) 공감기부프로젝트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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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됐습니다 - 지난 12일 자 영자 씨

지난 12일 자 ‘조현병 아들로 힘든 70대 영자 씨’ 사연에 후원자 113명이 549만 561원을 BNK부산은행 공감클릭을 통해 141만 2000원을 모아주셨습니다. 영자 씨는 후원금을 아들의 조현병 치료비에 보태고, 앞으로 독립적인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는 집으로 이사해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합니다. 영자 씨는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형편이 나아지면 어려운 분들에게 꼭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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