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덕신공항 토지 수용재결, 대한민국 미래 출발선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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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영 부산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부산 시민의 오랜 염원이었던 가덕신공항 건설이 다시 한번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지난 11월 26일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주관으로 열린 부지 조성 공사 설명회에는 50여 개 기업과 유관 기관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변경된 공사계획과 입찰 일정 등을 놓고 활발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올해 안에 재입찰 공고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함께 얼마 전 가덕도신공항 부지에 대한 토지 수용재결 결정이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통상적으로 토지 수용재결이란 토지에 대한 보상 협의가 결렬되었을 때,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내리는 결정이다.

가덕신공항 부지에 대한 토지 수용재결 결정은 단순한 행정절차의 마침표가 아니다. 이는 수년간 이어져 온 논쟁과 지연의 굴레를 넘어, 이제는 실질적인 행동과 실현의 단계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전환점이다. 이 결정이 적기 착공과 조기 개항의 마중물이 되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와 국가 균형발전의 거대한 물줄기를 변화시켜 나가길 기대해 본다.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동남권을 새로운 글로벌 관문으로 키우기 위한 국가 전략 프로젝트다. 여러 가지 논란과 시비 속에서도 가덕신공항이 다시 국민적 선택을 받은 이유는 대한민국의 성장축을 더 이상 수도권 하나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 때문이다. 특히 이번 토지 수용재결 결정은 가덕신공항 건설에 대한 국가의 의지이면서 차질 없이 실천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이라 할 수 있다. 공항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토지 확보 문제가 제도적 절차를 통해 정리됨으로써, 이제 사업추진은 계획단계에서 본격적인 건설단계로 진입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공항건설은 기존 주민의 삶의 터전을 이전시키는 과제를 동반하기에 이에 따른 체계적인 이주대책과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사업의 이주대책은 국토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였다. 그렇지만 가덕신공항 건설에 따른 이주문제는 단순한 보상 차원을 넘어 이주민들에 대한 일상생활의 재건과 공동체 유지가 중요했기에 부산시는 본래 과제였던 보상 업무에다 이주대책 기본구상 용역 등 관련 업무까지 더 안게 된 것이다. 우선, 이주대책의 기본 골격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근거해 추진된다.

지난해 3월에 가덕도 주민대표들은 이주대책 없이 보상 절차만 진행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조사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혀 보상 물건 현장 조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 후 주민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부산시 책임자들은 조사 협조를 요청하며 이주 및 생계 대책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필자 역시 부산시와 주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견밖에 제시할 수 없는 첨예한 상황이었다. 그처럼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였던 육지보상이 현재 수용재결 단계까지 온 것은 부산시의 지속적인 노력과 지역 주민들의 통 큰 결단 덕분이라 생각돼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올해 12월에는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에 따라 생활 기반을 상실하는 주민들에게 이주 및 재정착·소득 창출 지원 대책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의 이주 및 주민지원 대책 수립 지침안이 공고됐다. 또한, 주민의 재정착에 필요한 지원 및 소득 창출 사업 지원에 대한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가덕도신공항법’이 개정됨에 따라 지원의 세부 내용 및 방법 등을 담은 국토교통부의 ‘가덕도신공항법 시행령’ 개정안도 입법예고 됐다. 지역 주민들과 부산시가 일관되게 요구해 온 주민지원 정책이 제도화되면서 지원 근거 및 세부 기준 부재로 인한 주민의 반발과 민원의 해소에 상당하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지난 수개월 동안 가덕신공항 사업이 표류해 시간을 허비했지만, 앞으로는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부산시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성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가덕신공항이 안전하고 완성도 높게 건설돼 부산이 글로벌 도시로 재도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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