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원달러 환율 평균 1470원대, 외환위기 이후 최고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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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이후 환율 고공행진
1998년 3월 이후 월평균 최고치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만 약세
정부 총력 대응에도 불안감 고조

15일 서울 명동 거리의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명동 거리의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 하반기 들어 원화 가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며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원화는 주요국 통화와 달리 오히려 약세를 이어가는 이른바 ‘역주행’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관리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관련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높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1473.7원을 기록했다. 야간거래에서는 장중 1479.9원까지 오르며 1500원선에 육박했고, 종가는 1477.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4월 8일(147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10월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11월 들어서는 1450원 위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최근 주간거래 종가 역시 1470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주간거래 종가 기준 지난달 평균 환율은 1460.44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월평균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2주간 평균 환율은 1470.4원으로 지난달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달 7일(1456.9원) 이후 한 달 넘게 장중 기준으로도 1450원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

원화 약세는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이달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0.69% 하락한 반면, 호주 달러(+1.56%), 캐나다 달러(+1.50%), 유로(+1.20%), 영국 파운드(+0.94%), 일본 엔(+0.17%) 등 주요 통화는 모두 강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 간 괴리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20일 100.251에서 지난 12일 98.404로 하락하며 10월 중순 수준으로 되돌아갔지만, 당시 원달러 환율은 1420원 안팎이었다.

달러 흐름과 달리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 등 구조적인 수급 요인이 지목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결제 규모는 55억 2400만 달러에 달했다. 역대 최대였던 10월(68억 1300만 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2일까지 약 11억 달러를 순매수했다. 여기에 기업과 기관의 환 헤지 수요, 연말 결제·송금, 대미 투자 등을 위한 달러 수요도 지속되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매수 물량이 매도 물량을 압도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미국 금리 결정과 무관하게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평균 환율은 외환위기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원달러 환율의 연평균은 1420.0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1394.97원)을 웃돌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달러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환율이 1400원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내년 환율을 1400~1520원으로 전망하며 “올해 4분기의 연장선상에서 달러 매수세가 시장을 압박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내년 평균 환율은 1420원 수준으로 올해와 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환율 안정 대응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한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시장 상황을 엄중히 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 시장 기대심리 관리가 중요하다”며 “수급 불균형 해소 노력과 함께 경제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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