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피는 거제경찰서 이전, 또 해 넘기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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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현 부지에 재건축 제안
경찰 ‘연초면 신축 이전 안’ 고수
“내주 전 직원 투표 거쳐 회신”
오락가락 행정에 주민 찬반 커

거제경찰서 청사 이전을 두고 옥포동 잔류를 주장하는 반대대책위와 연초면 이전을 지지하는 범시민대책위의 현수막이 경찰서 인근에 나란히 내걸려 팽팽한 신경전을 보여주고 있다. 독자 제공 거제경찰서 청사 이전을 두고 옥포동 잔류를 주장하는 반대대책위와 연초면 이전을 지지하는 범시민대책위의 현수막이 경찰서 인근에 나란히 내걸려 팽팽한 신경전을 보여주고 있다. 독자 제공

경남 거제경찰서 청사 이전이 산 넘어 산이다. 지지부진한 행정타운 조성과 주변 상권 반발에 막혀 10년 넘게 하세월 하다 겨우 대체지를 찾았는데, 거제시 딴죽에 다시 발목이 잡힐 판이다. 여기에 현 청사 소재지인 옥포동 이탈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도 고조되면서 겨우 잡은 새 청사 마련 기회마저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거제시는 최근 경찰 청사 이전과 관련해 현 위치에 새 청사를 건립하는 재건축안을 제안했다. 공사 기간 옥포초등학교를 임시 청사로 사용한 뒤 돌아오는 방식이다. 옥포초등이 2029년 3월 이전이 확정된 만큼 충분히 실현 가능한 옵션이라는 게 거제시 판단이다.

반면 거제경찰서는 앞서 확정한 연초면 신축 이전을 고수하고 있다. 연초가 옛 장승포권역과 신현권역 중간 지점으로 지역 균형은 물론 치안 균형, 시민 접근성이 뛰어나 시민 중심 치안 행정을 구현할 수 있는 데다, 부지 형태나 토지 가액, 공사비, 시공 편의 면에도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자리는 부지 자체가 너무 협소해 재건축만으론 당장 겪는 불편조차 해소하지 못한다. 게다가 경찰 청사는 사무 공간 뿐만 아니라 무기고, 유치장도 필요하다. 옥포초를 임시청사로 활용하려면 이에 맞게 리모델링을 또 해야 해 예산 낭비가 불 보듯 뻔하다”며 “연초가 접근성 등 모든 면을 고려한 최상의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다만, 거제시가 재건축을 공식 제안한 만큼 구성원 모두에게 다시 한번 의견을 묻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내주 중 직원 투표를 진행한 뒤, 투표 결과를 토대로 거제시에 회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옥포동에 있는 현 경찰서는 1986년 지은 노후 청사다. 도내 23개 경찰서 중 가장 오래됐다.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겨 비만 오면 빗물이 새고 지하에는 곰팡이가 핀다. 부산일보DB 옥포동에 있는 현 경찰서는 1986년 지은 노후 청사다. 도내 23개 경찰서 중 가장 오래됐다.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겨 비만 오면 빗물이 새고 지하에는 곰팡이가 핀다. 부산일보DB

옥포동에 있는 현 경찰서는 1986년 지은 노후 청사다. 도내 23개 경찰서 중 가장 오래됐다.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겨 비만 오면 빗물이 새고 지하에는 곰팡이가 핀다. 안전진단에선 C 등급을 받았다. 건립 당시 3급지, 280여 명에 불과했던 근무 인원도 2013년 1급지로 승격되면서 450명 이상으로 늘었다. 업무 공간이 부족해 옥상 등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다. 주차 공간도 협소해 민원인 불편도 상당하다.

2016년 재건축안과 신축이전안을 놓고 고민하던 경찰은 거제시 요청을 수용해 행정타운에 입주하기로 했다. 행정타운은 각종 사건, 사고에 더 신속 대응할 수 있는 행정환경을 갖추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다. 공공시설 용지를 확보해 경찰서와 소방서를 입주시키는 게 핵심이다.

경찰은 현 청사와 맞바꾸는 방식으로 정부 예산까지 확보했다. 그런데 행정타운이 표류하면서 일이 꼬였다. 2016년 첫 삽을 떴지만, 공사 과정에 발생하는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난해한 사업 방식 탓에 10년 넘게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이 때문에 경찰서 역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자, 결국 행정타운을 포기하고 대체지 물색에 나섰다.

거제경찰서 신축부지선정위원회가 새 청사 입지로 낙점한 연초면 연사리 811번지 일원(붉은색) 1만 7851㎡. 부산일보DB 거제경찰서 신축부지선정위원회가 새 청사 입지로 낙점한 연초면 연사리 811번지 일원(붉은색) 1만 7851㎡. 부산일보DB

이후 장평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 장평동 택지개발지구를 점찍었다. 그런데 현 청사 주변 지역 반발에 주춤하는 사이 경남교육청이 장평고교 신설을 확정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자체 신축부지선정위원회를 꾸린 경찰은 연초면 연사리 811번지 일대(연초고등학교 앞 농지 1만 7851㎡)를 낙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제시가 행정타운에 미련을 못버리면서 지지부진이다. 경찰도 거제시 요청을 마냥 뭉갤 순 없는 처지다. 연초면 부지가 농지라 도시계획변경을 통해 용도를 바꿔야 하는데, 결정권자가 거제시장이다. 거제시 협조가 없으면 연초 이전도 불가능한 셈이다.

갈팡질팡하는 사이 주민 간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옥포동 잔류를 주장하는 ‘이전 반대대책위’와 연초면 이전을 지지하는 ‘범시민대책위’는 최근 경찰서 인근에 찬반 현수막을 나란히 내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대로는 10년 뒤에도 같은 논쟁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면서 “정치적 논리를 접고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경찰직장협의회 본부와 거제경찰서 직장협의회는 거제시청 앞에서 연초면 청사 이전 촉구 집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경남경찰직장협의회 본부와 거제경찰서 직장협의회는 거제시청 앞에서 연초면 청사 이전 촉구 집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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