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인간 단단히 잡아 줄 철학 치료서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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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질문/장재형
동서양 12명의 철학자 언어
50개의 인생 문장들 찾아내
2400년을 관통하는 지혜들

삶이 불안할 때 수천 년의 지혜를 모은 철학은 방향과 길이 될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삶이 불안할 때 수천 년의 지혜를 모은 철학은 방향과 길이 될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삶이 불안할 때 수천 년의 지혜를 모은 철학은 방향과 길이 될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삶이 불안할 때 수천 년의 지혜를 모은 철학은 방향과 길이 될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삶이 불안할 때 수천 년의 지혜를 모은 철학은 방향과 길이 될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삶이 불안할 때 수천 년의 지혜를 모은 철학은 방향과 길이 될 수 있다. 이미지투데이

‘왜 나는 모든 것이 불안한가?’ ‘왜 나는 타인을 위해 살고 있는가?’ ‘삶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참고 버티면 언젠가 나아질까?’ ‘내면의 부를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다섯 가지 질문>이라는 책 제목에 나오는 질문들이다. 정말 평범한 내용이다. 단어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대다수 사람이 생각했을 것 같다. 흔한 질문들이라 이 질문에 대한 모범 답도 사실 꽤 많이 나와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특별할 것 같지 않고 흥미를 끌 요소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을 대하는 태도, 존재의 가치, 인간관계와 행복을 알려주는 책은 출판가에 정말 많다. 거의 매달 이런 분야의 책이 신간으로 여러 권 나온다. 이 책의 저자는 질문에 관한 답을 12명의 동서양 철학자의 언어에서 찾았다. 2400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을 관통하는 철학의 언어가 이 같은 고민의 치료제라고 말한다.

막연한 불안감, 마음 한구석의 헛헛함, 이유 없는 쓸쓸함은 사실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위로는 한순간일 뿐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 문제처럼 다가온다.

책에선 50개의 일화와 거기서 찾아낸 50개의 인생 명언이 소개된다. 50개 중 각자의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났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을 움직인 몇 개의 일화를 소개해 본다.

‘왜 나는 늘 같은 이유로 아파하는가’라는 질문에 플라톤은 자기 돌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간다. 소음과 자극으로 가득 찬 일상에서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과 단절되었다는 말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의 진정한 의미는 자기의 무지를 깨달으라는 것이다. 플라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돌봄’이라는 철학적 개념으로 확장한다.

플라톤은 몸을 가꾸거나 재물을 쌓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영혼을 건강하고 지혜롭게 돌보는 일이다. 오랜 시간 방치한 상처 입은 '내면 아이'가 내뱉는 목소리는 실제 내 능력과 상관없이 나 자신을 실패자이고 무능한 존재로 만든다. 결국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한 존재는 자기 자신이다. 작은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이 목소리는 더 커지고 끈질기게 나를 괴롭힌다.

내면 아이가 듣지 못했던 위로의 말을 지금 건네는 것이 바로 자기 돌봄의 시작이다. 자기돌봄은 단순히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다. 문장마다 실제로 고민을 치유하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도 덧붙이고 있다.

현재의 의미를 소개하는 장도 인상적이다. ‘미래만 주시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결과에 따라 현재의 의미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라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시험의 합격이 목적이지 공부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만약 시험에 불합격한다면 그동안 준비한 과정이 헛된 것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시험 결과를 떠나 공부 자체를 자신을 성장시키는 의미 있는 경험으로 여긴다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절망하지 않는다. 올해 ‘불수능’으로 인해 수시 최저 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좌절하는 학생들, 기대보다 못한 수능 성적으로 인해 올해 1년은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하는 응시생들에겐 러셀의 이야기가 좀 더 의미 있게 다가갈 듯싶다.

50개의 인생철학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다 보면 어느새 나 스스로 묻고 답하게 된다. 철학자의 언어를 통해 자신의 길을 만들고 삶의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자신을 단단하게 세워주는 자신만의 철학이 완성된다. 세상과 타인으로부터 휘둘리고, 떠밀리고, 넘어져 지쳐도 사색하는 시간과 나만의 인생철학만 있다면 힘든 오늘을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 고민과 불안이 많은 이들에게 “걱정하지 마라. 잘할 수 있다”라는 응원을 보내는 책이다. 장재형 지음/타인의취향/288쪽/1만 88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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