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담배회사 책임 묻는 항소심, 국민과 함께 기다린다
권성하 연제구의회 의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요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5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내년 1월로 다가왔다. 지역사회의 민의를 듣고 공공기관과 함께 건강정책을 논의해 온 구의회의원으로서, 이번 소송은 흡연폐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기 위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2014년 시작된 이 소송은 공공기관이 처음으로 담배회사의 책임을 정면으로 제기한 사례다. 공단은 하루 평균 한 갑 이상, 20년 이상 흡연한 후 폐암·후두암을 앓는 3465명에게 지급한 보험급여 533억 원의 보험급여를 근거로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흡연 외 요인도 질병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지만, 공단은 항소심에서 최신 연구자료와 전문가 의견, 피해자 진술서를 보강해 재판부 설득에 집중했다. 건강보험연구원과 연세대보건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소세포 폐암의 흡연 기여율은 98.2%, 편평세포 후두암은 88%, 편평세포 폐암은 86.2%로 나타나, 흡연이 해당 질환 발생과 악화에 결정적 요인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담배회사는 개인 선택이라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고, ‘순’, ‘마일드’와 같은 표현으로 소비자를 혼란시켜왔지만, 연구와 통계는 흡연이 특정 암 발생에 명확히 기여함을 보여준다. 한국인의 흡연습관은 국제기준 대비 연기 흡입량이 많아 위험이 더 높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2022년 직접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7만 2689명, 사회·경제적 손실은 13조 6316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조기 사망에 따른 생산성 손실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법원이 흡연과 암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1심에서는 개별환자와 흡연의 직접적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지만, 공단은 대상 환자 군을 엄격히 선별하고 최신 연구와 전문가 의견을 통해 그 근거를 더욱 명확히 제시했다. 장기간 흡연과 폐암·후두암 발생 간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확인하고, 유전적 요인 등 혼재변수를 최소화한 점은 이번 항소심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담배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국민건강과 사회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공문제다. 흡연 관련 질병 치료비로 건강보험에서 매년 약 4조 원이 지출되고 있으며, 이는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로 충당된다. 담배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번 소송은 손해배상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로세우는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가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피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흡연 관련 질병 비용이 사회전체로 전가되는 구조를 개선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지역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지방의회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건강정책과 공공의 책임기준을 새롭게 세우는 분수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소송은 공단만의 싸움이 아니다. 지난 범국민 지지 서명 캠페인에는 150만 명이 참여해 ‘담배회사의 기만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종사자, 학부모, 청소년, 노년층까지 세대와 계층을 넘어 함께한 이 열기는 단순한 서명을 넘어, 국민건강권과 공공의 이익을 요구하는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가 되었다. 이러한 국민의 지지와 응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담배회사의 책임을 명확히 묻고,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판결의 근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공단과 국민이 함께 정당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의 민의를 대변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건강권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