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의 주역] 화산여...여행, 활을 쏘아 꿩을 잡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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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서원에 머물다 다시 떠나는 여행자들. 김재형 제공 이화서원에 머물다 다시 떠나는 여행자들. 김재형 제공

전남 곡성군에 있는 이화서원은 여행자의 집을 운영합니다.

여행 중에 있는 사람들이 서원에 머물러 쉬면서 빨래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몸과 마음을 회복한 다음 다시 먼 길을 떠납니다. 세계의 여행자들이 한국에서 이화서원을 찾습니다.

1972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자유와 평화, 자연과의 공존을 지향하는 히피 운동의 축제 레인보우 게더링이 시작됩니다.

레인보우 게더링은 모임을 운영하는 공식 조직과 지도자 없이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헌신과 공동체 정신으로 운영됩니다.

형식과 조직을 거부하고 기존의 질서와 문화에 저항하는 성격의 레인보우 게더링은 50년 넘게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이어지며 세계의 여행자들이 레인보우 게더링을 찾아 갑니다.

올해는 한국에서도 열렸습니다.

전기가 없는 깊은 산 속, 나무로 불을 때어 요리를 하는 생활, 한 달간의 야영, 영어 중심의 소통이 레인보우 게더링의 기본 생활입니다.

하루에 두 번 함께 나누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일정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한국 게더링에도 30개 이상의 나라에서 1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레인보우 게더링은 참가자 100명이 100가지 이상의 자기 이유를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 있습니다. 신의 정원에 핀 꽃들 같고, 화엄 세상의 장엄함이 넘쳐납니다.

오랜 야영 생활에 지치거나 아프거나 하면 참가자들은 이화서원에 와서 쉬었습니다.

그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자기를 찾는 여행이기도 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진리를 찾아가는 구도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들 모두 몸으로 옮길 수 있는 정도의 짐을 지고 긴 시간을 여행합니다.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 마음 씀 하나하나에서 오랜 여행자의 지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역' 56번째 괘인 여괘(旅卦)는 이런 여행자들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이 가진 삶의 과제는 '죽지 않고 살아서 다시 돌아가는 일'입니다. 그 길을 떠날 수 밖에 없는 각자의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옷과 작은 텐트와 생활필수품만 가지고 여행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인류의 오랜 도덕률(道德律)의 하나입니다.

긴 여행을 마친 그들은 결국 자신이 떠난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렇게 돌아온 그들은 삶과 죽음, 소유와 무소유, 기쁨과 슬픔을 하나로 통합하는 선물을 받게 됩니다. 주역 여괘(旅卦)는 그 모습을 활을 쏘아 꿩을 잡았다라는 상징으로 설명합니다.


56. 화산여(火山旅)

旅 小亨 旅貞 吉.

여 소형 여정 길.

먼 길을 가는 여행에서 좋은 일이 얼마나 되겠나.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오기만 해도 성공이다.

彖曰 旅小亨 柔得中乎外而順乎剛 止而麗乎明 是以小亨旅貞吉也.

단왈 여소형 유득중호외이순호강 지이려호명 시이소형려정길야.

旅之時義 大矣哉.

여지시의 대의재.

험하고 먼 길을 떠나는 것은 외부적 조건이 떠나야 할 상황이어서 받아들이고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내 삶에는 불이 붙었다. 머물 수가 없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象曰 山上有火 旅 君子以 明愼用刑 而不留獄.

상왈 산상유화 여 군자이 명신용형 이불류옥.

산 위에 불이 붙었다. 불꽃이 휘날리듯 우리 삶은 이리저리 떠다닌다.

삶의 불안정 위에 살아가는 여행자들에게는 잘못이 있더라도 함부로 감옥에 가두거나 벌해서 안 된다.

5. 六五 射雉一矢亡 終以譽命.

육오 사치일시망 종이예명.

象曰 終以譽命 上逮也.

상왈 종이예명 상체야.

활을 쏘아 꿩을 잡았다. 결국 하늘의 지혜를 선물로 받았다. 여행을 통해 높은 곳에 이르렀다.


빛살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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