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장 위대한 유산
함진홍 청소년문화예술드림단장
부모의 말이 아이의 삶이 된다. 품 안의 자식은 아낌없이 내어 주어도 좋으나 이미 제 삶을 꾸려 갈 때가 되면 그때부터는 다르게 대해야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것은 처음에는 고마움으로 받아들이지만 반복되면서 익숙해지고 점점 당연해져서 결국 의존성만 길러져서 자식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만약 거절한다면 부모는 자식에게 외면당하기 시작하고 자식은 자립심 없는 나약한 의존적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부모의 재산을 어떻게 해서라도 고스란히 물려 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상속세율이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승계, 재산상속 등 법적 규제를 피해 가려고, 즉 세금을 적게 내고 물려 주려는 속셈으로 온갖 방법을 시도하다 매스컴을 도배하지만 어찌하더라도 결국 자식에게로 가는 것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흙수저, 금수저의 의미가 참 마음이 편치 않다. ‘애써 모은 재산을 내 자식한테 주는 게 뭐가 잘못이고 이상한 것인가’라고 따진다면 ‘애써 모은 걸 왜 꼭 자식한테만 주는 게 진정한 자식 사랑인가’라고 되묻고 싶다.
부자가 3대를 안 간다는 옛말의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부모의 피와 땀이 과연 그대로 유전이 될까. 부모의 피와 땀만큼 일할 수 있고 하려는 의지가 따른다면 부모만큼은 아니라도 그런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시대가 다른 걸 계산하면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 내가 일군 재산이니 자식이 당연히 물려 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신뢰가 결국 자식을 제대로 보지 않고 내린 섣부른 판단이 된다는 걸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이 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이 될지 의문이 크다.
자식은 부모의 그림자를 따라가고, 교사의 몸짓으로 행동하며, 사회의 빛으로 빛날 수 있고, 국가의 힘으로 자란다. 즉 아이를 잘 키우고 물려 줘야 할 것이 무엇이며 사회 공동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표현한 말이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에게 된장, 고추장, 김치를 손수 담가 주시는 것 보다 자식이 담가 온 것을 칭찬하고 격려가 더 소중한 사랑이라 여긴다. 매일 밤 논에 따로 쌓여 있는 노젓가리를 형은 아우에게, 아우는 형에게 옮겨다 두는 얘기를 들려줄 수 있는 역할이 더 값진 유산이다. 이제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로 자본주의의 장점마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눔과 배려는 부모에게 배운다. 사람이 금수저, 흙수저로 구분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부모의 몫이다. 사랑으로 키운 자식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 역시 부모의 몫이다. 이런 값진 유산을 꼭 물려줘야 하는 이유가 있다. 혼자만 잘살려고 하는 이기심이 결국 자신도 못 지키게 되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가장 확실한 유산은 물질이 아닌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것들이다.
마이클 센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이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도 없는 게 지금 우리 사회의 흐름이다. 살면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그나마 셀 수 있고 쓸 수 있던 시대가 있었는데 눈만 뜨면 슬픈 정도가 아니라 억장이 무너지는 게 셀 수조차 없이 쏟아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에서 내 아이가 살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부모의 재산을 아예 바라보지 않을 수 있게 키워보는 반전을 시도해 보는 것을 건의하고 싶다. ‘하기야 나만 왜 그래야 하나’라고 반문하고 부정할 것이 뻔하지만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한마디 한마디는 절대 그냥 넘기지는 않는다. 다른 형제들도 있는 데서 너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말은 몇 차례 반복하면 아이는 상처와 충격에서 헤어나기가 힘들다. 여기서 부모는 단순히 아이가 미워서 던진 말은 아닌 오히려 역설법이라는 걸 아이는 자라면서 알아가게 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이 미래에 나를 보장받기를 바라는 계산을 하면 안 되고 진정 아이를 위하는 순수함과 진정성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