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서 왜가리 번식 전 과정 포착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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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미·산란·부화·이소까지 전 과정 담아
왜가리 새끼 둥지서 떨어져 목숨 잃기도
새끼 두 마리는 부화 50여 일 만에 이소


울산 태화강 대숲에 왜가리 새끼 3마리가 태어나 어미 새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 태화강 대숲에 왜가리 새끼 3마리가 태어나 어미 새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울산시 제공

왜가리 새끼가 성장해 둥지에서 무사히 이소하는 모습. 울산시 제공 왜가리 새끼가 성장해 둥지에서 무사히 이소하는 모습. 울산시 제공

울산 태화강 대숲에서 왜가리의 번식 과정이 관찰됐다. 2016년 관찰카메라를 설치한 이후 교미부터 산란, 부화, 새끼의 이소(離巢·둥지를 떠남)까지 모든 장면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시는 남구 태화강 삼호철새공원 대나무숲에 설치된 관찰카메라를 통해 둥지를 튼 왜가리의 번식 전 과정을 관찰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2020년에도 태화강 철새 생태원에서 새끼 왜가리의 번식 과정이 포착되기도 했다. 5년 전에는 알을 품고 있는 상태에서 둥지를 떠날 때까지의 과정을 기록했다면, 올해는 암컷이 알을 낳는 순간부터 부화한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첫 관찰은 올해 3월 20일 알 두 개가 있는 둥지가 카메라에 잡히면서 시작됐다. 당시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둥지에 수컷이 덮치듯 날아와 소란을 일으켰고, 그 순간 둥지가 기울어지며 알이 잇달아 떨어졌다.

이튿날인 21일에는 머리 깃이 짧은 암컷 왜가리가 1개의 알을 낳는 장면이 포착됐다. 27일에는 두 번째 알을, 29일에는 세 번째 알을 낳았다.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은 지 28일 만인 4월 17일, 드디어 첫 번째 알을 깨고 새끼가 나왔다. 이후 22일과 24일 나머지 알들이 각각 부화했다. 이는 조류독감에서 밝힌 산란 이후 부화까지 25일에서 28일가량 번식 과정이 기록된 것과 일치한다.

새끼 왜가리들에게 생사가 갈리는 시련도 있었다.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5월 13일 형제들에게 밀려 둥지 밖으로 떨어지면서 목숨을 잃었다. 부화한 지 고작 20일 만이었다.

둘째 왜가리는 비행 연습을 하던 첫째에게 머리를 밟혀 둥지에서 떨어졌다가 필사적인 날갯짓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첫째도 한때 중대백로의 공격으로 둥지 밖으로 떨어졌으나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첫째 왜가리 새끼는 부화 후 56일째 되던 지난달 12일 둥지를 완전히 떠났다. 부화 후 55일째인 16일 둘째 새끼도 둥지를 벗어났다.

이후 빈 둥지는 6월 19일부터 중백로들이 먹이를 물어 나르면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왜가리는 태화강 대숲을 찾는 백로류 중 가장 큰 새다. 몸길이 90~100cm로 중대백로보다 크고 대백로보다 작다. 물고기나 개구리, 뱀, 들쥐, 새우, 곤충, 작은새 등을 먹는다. 2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3~5개 알을 낳고 25~28일 동안 품은 뒤 부화한다. 암수가 교대로 기르는데 50~55일 이후 이소한다고 기록돼 있으나 이번 관찰에는 이 기간을 넘겨 둥지를 떠났다. 울산시 관계자는 “왜가리 관찰 자료는 울산철새여행버스와 조류사파리 누리집 등을 통해 교육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 태화강 대숲에는 왜가리를 비롯해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등 7종의 백로류가 찾아와 번식하고 있다. 울산시는 해마다 5월부터 7월까지 태화강 여름 진객인 백로류의 번식 과정 관찰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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