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 임협 난항에 3년 연속 파업 위기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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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찬성 64%로 파업 가결
수주 호황에 임금 인상안 쟁점
여름휴가 전 집중 교섭 나설 듯
회사 “파업보다 생산적 대화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4일 노조 대회의실에서 올해 임협 난항에 따른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개표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4일 노조 대회의실에서 올해 임협 난항에 따른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개표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국내 조선업계 최대 사업장인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협약 교섭에 난항을 겪으면서 현장에는 파업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이하 노조)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결과 조합원 7539명 중 5050명(66.9%)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4828명(재적 대비 64.0%), 반대 204명, 무효 18명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노조는 앞서 회사와의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지난달 2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향후 HD현대중공업 노사를 상대로 견해차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하게 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오는 7일 조정 중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임협 초기부터 여름철 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이어왔다. 여름철 집단 휴가는 8월 4일부터 시작하는 만큼 회사가 적어도 이달 중순까지 첫 제시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노조가 파업 일정을 잡는 등 강경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백호선 지부장은 파업안 가결 직후 “(회사에서) 진정성 있는 제시안이 없다면 결코 경고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지부는 조합원 총회 결의를 바탕으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회사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 회사 노사 간 임단협이 지난 10년간 여름휴가 전 타결에 성공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노사는 짝수 해에 임금과 단체협약을 다루는 임단협 교섭을, 홀수 해에 임금에 대해 논의하는 임금교섭을 한다.


울산시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생산현장. 부산일보DB 울산시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생산현장. 부산일보DB

노조의 이번 파업안 가결을 놓고 일찌감치 예고된 측면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HD현대중 노사는 올해 5월부터 10여 차례 교섭하고도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에서 별다른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노조는 조선업 호황과 회사의 실적 개선을 근거로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을 비롯해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5세), 성과급 산정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 임금 인상이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노사 모두 조선업 호황기를 고려해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인상 폭을 놓고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참고 인내해왔던 조합원에 대한 그동안의 보상이 필요한 시점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현재 제자리만 겉도는 교섭은 투쟁의 불씨만 될 것”이라고 회사를 거듭 압박했다. 반면, 회사는 노조가 바라는 대로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사내 소식지를 통해 “파업보다 생산적인 교섭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한 결단의 마음을 모으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33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36.2% 증가했다.

노조가 향후 파업에 나서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선소 독(Dock·선박 건조 시설)에 3년 치가 넘는 일감이 쌓여 있어 수주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타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노조는 2023년부터 2년 연속 파업에 나선 바 있으며, 지난해 교섭 과정에서는 24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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