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밥2
이은주 (1969~)
나는 오늘도 밥을 먹고 밥을 벌러 나간다
나에게 밥이 되어 줄 이들을 만나러 간다
내 밥은 공부 밥이어서 늘 달고 맛나다
나는 내 밥에게 더운 참밥이 되기 위해
따듯한 말을 주머니에 가득 담아간다
우리가 서로에게 밥이 되어주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관계일 때
세상은 단 밥이 가득한 거대한 솥이 된다
-시집 〈초록, 눈부신 소란〉 (2024) 중에서
밥은 생명이고 즐거움입니다. 노동이고 위로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밥심으로 삽니다.
먹을 게 넘치는 오늘날에도 누군가에게 안부를 물을 때 밥은 먹었는지 묻고, 언제고 다시 만나자는 얘기를 ‘밥 한번 같이 먹자’라고 합니다.
흔히들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 모르겠다 하는데 둘 다 왠지 짠합니다. 밥벌이의 힘겨움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여기, 서로에게 밥이 되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관계, 상생(相生)을 노래하는 시인이 있습니다.
학문과 인성을 두루 익히는 공부. 그 공부 밥이 달고 맛있다는 스승이 있어 든든합니다. 배 불리 먹어도 소용없는 허기, 따듯한 말 한마디로 채울 수 있다는 것. 단 밥이 가득한 세상에 눈물 젖은 밥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