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건강검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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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회장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의 하나는 심각한 질병들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의 초기, 아무런 불편한 증상도 없는 상태에서 정확히 조기 진단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검진은 미래에 특정 질병이 발생할 위험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개인병원들부터 대규모 대학병원들까지 모두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검진의 상세한 항목들은 물론 비용에 따라 다르지만, 검진에 활용되는 검사들의 정확도는 그리 큰 차이는 없다.

검진 결과는 의사와의 대면상담을 통해 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수십 페이지에서 백페이지를 넘는 결과지를 그냥 우편으로 받게 되는 경우도 있고, 전화로 간략하게 설명만 듣는 경우도 있다. 일반인들이 어려운 의학용어로 가득 차 있는 검진 결과를 직접 읽는다고 해서 얼마나 이해를 잘 할 수 있을까?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경우는 담당 의사에게 상세한 설명을 들으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외래 진료를 받는 바쁜 상황에서 수십 페이지가 넘는 타 병원 검진 결과를 담당 의사가 얼마나 상세하게 봐 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검진에서 병을 진단하고, 발견된 질병들을 치료하는 것은 검진이 가진 의미 중에서 대략 절반 정도가 될 것이다. 임상 경험이 많은 의사가 검진 결과를 보게 되면,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보이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 지 예측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검진에서 발견된, 미래 질병 발생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여러 위험인자들과 잘못된 생활습관들을 바로잡기 위해 정말 많은 설명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교육이 사실 필요하다. 검진의 결과를 바탕으로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를 해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을 예방하는 것이 검진이 가지는 의미의 나머지 절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검진을 하는 의료기관들도, 다른 의료기관과 시설과 장비, 그리고 검진 가격 등을 가지고 경쟁을 하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검진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잘 이해시키고, 잘못된 생활습관들을 교육을 통해 교정하며, 이후 교정이 꾸준히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니터링까지 하는 과정들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서비스의 차이가 종합검진의 비교 우위를 결정하는 새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

백세를 넘어 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하나가 질병 발생의 압축이라는 현상인데, 암이나 심장 및 뇌혈관질환과 같은 중한 질병들이 90세가 될 때까지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충분히 누구나 이러한 것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 중요 장기들의 기능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개인의 잘못된 생활습관들을 교정함으로써 각 장기들의 기능이 빨리 망가지지 않도록 잘 보존하고, 때로는 향상시킬 수도 있다. 진정한 항노화 치료는 정확한 건강검진과 그 결과의 올바른 활용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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