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연의 아름다움 온전히 되살리는 게 ‘이케바나’ 정신” 치지 마사카즈 오하라류연구원 조교수
자연 원형 강조 일본 꽃장식 기법
비대칭 추구 한국 꽃꽂이와 닮아
금정산 나무 활용해 부산 시연회
자연을 가까이 두려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인 모양이다.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자연 속에 묻혀 그림과 시를 지으며 인생을 풍류를 즐기지 않았는가. 이런 전통은 현대 도시에서도 이어져 마당에 정원을 가꾸고 실내엔 꽃장식을 한다. 일본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다.
최근 부산에서 600년 전통의 일본 꽃꽂이 전문가 시연회가 열렸다. 지난 15일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 전시실에 열린 ‘한일 꽃꽂이-이케바나 교류전’에서 치지 마사카즈(知地正和) 오하라류연구원 조교수를 만났다.
치지 조교수는 일본 꽃꽂이인 이케바나의 유파 중 하나인 오하라(小原)류 전문가다. 130년 역사의 오하라류는 자연의 원형을 강조하는 꽃장식 기법으로 일본 왕실에서도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날 교류전 개막식에 운집한 양국 친선 기관 관계자와 꽃 예술가들 앞에서 이케바나 시연회를 갖고 다섯 작품을 선보였다.
치지 조교수는 “이케바나는 꽃이나 나무, 바위 등 자연을 그대로 모방하는 게 아니라, 본연의 아름다움이나 정수를 되살리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수양하는 문화로 승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는 오랜 전통의 정원 가꾸기나 분재가 유명하지만, 최근엔 이케바나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소개하며 “이케바나가 상대적으로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인력이나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지 않는 것도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부산을 찾았다는 치지 조교수는 이날 금정산에서 구한 소나무와 산딸나무, 주목나무 등으로 전시장 입구 장식을 하고 작품 시연에도 활용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나무나 바위 등을 이용해 산을 형상화하는데, 부산에선 금정산이 유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미리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점심때 비빔밀면을 먹었다며 “좀 맵기는 했지만, 인상 깊은 맛이었다”고 부산 음식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시연회와 워크숍 등 16일까지 이어진 이번 교류전은 (사)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가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주최했다. 치지 조교수는 이런 취지를 잘 안다는 듯 은은한 연하늘색의 한복 두루마기를 갖춰 입고 시연회에 나섰다. 가슴엔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배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한복 두루마기는 이케바나 오하라류 서울지부를 10년째 이끄는 정은숙 지부장이 선물했다고 한다. 치지 조교수는 지난달 서울 일본문화원에서도 시연회를 가진 바 있다.
행사장에는 교류전을 공동주최한 (사)부산예총 산하 부산꽃예술작가협회 회원 작품도 여럿 전시됐다. 치지 조교수는 부산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이케바나와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유럽 등 서양이 좌우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꽃장식을 하는 반면, 한국이나 일본은 오히려 균형을 흩트리는 방식으로 언밸런스한 자연미를 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치지 조교수는 오는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일축제한마당에서 다시 한번 이케바나 시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