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다숲, 그리고 바다식목일
김종덕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
1960~1970년대 우리의 산림은 대부분 헐벗은 민둥산이었다. 그 시절 우리에게 숲의 조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 과제였다. 이에 정부는 식목일을 지정해 대대적인 나무 심기 운동을 시작했으며, 이제 세계는 한국의 산림 녹화를 ‘가장 성공적인 환경 복원 사례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삼림 복원에 대한 성공 경험은 기후위기의 초입에서 우리에게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육상에서 시작된 현세의 기후변화는 육지의 수용력을 넘어 마침내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우리 바다는 해수온 상승과 해양오염 등의 원인으로 ‘바다 사막화’라 불리는 갯녹음 현상이 확산되어 수산업의 근간이 되는 저서 생태계가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바다는 무한정 자원을 제공해주는 공간이 아니며, 인간 활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생태계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연안의 갯녹음은 전체 조사 암반 면적 428.44㎢의 37.13%에 해당하는 159.07㎢의 암반에서 갯녹음이 확인되었고, 해역별로는 동해 49.26.%, 서해 8.20%, 남해 17.61%, 제주 39.02%가 갯녹음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물속이라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기후의 가장 중요한 조절자인 바다의 훼손에 이제는 주목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첫 바다숲 사업을 시작했고 2012년에 세계 최초로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지정하고 바다에 잘피·미역·다시마 등과 같이 생태계 복원에 매우 기초적인 해초·해조류를 심는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어업관리정책의 대전환, 즉 ‘지속가능한 수산자원 관리’라는 흐름 속에 존재한다.
바다숲 조성을 시작한 이후,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국 2700여 개소, 여의도 면적의 약 120배에 이르는 347.2㎢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해 왔으며 그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2024년 사업지 17개소 조사 결과, 해당 지역에서 사업이 시작된 2021년 대비 해조류 생체량은 106.5%, 종다양성은 43.7% 증가하고 갯녹음은 52.6%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어업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어촌 경제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바다숲은 단순한 생태 복원을 넘어 연간 약 11.7만 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해양 블루카본 생태계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약 1772만 그루가 흡수하는 탄소량과 유사한 규모다. 해조류는 단위 면적당 탄소 흡수력이 육상 식물보다 평균 10~50배 높으며, 생장 속도도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바다숲은 해양생태계 복원과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유엔환경계획(UNEP) 등 국제기구들도 바다숲의 가치에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수산자원 예측, 해양환경 빅데이터 기반 생태정보 구축 등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바다숲 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바다식목일에 심는 해조류 한 개체도 이처럼 분석과 계획에 기반한 생태 복원 전략의 결과물이다. 첨단 기술과 자연 회복력이 만나 바다를 되살리는 희망의 프로젝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바다숲과 바다식목일은 이제 기후위기와 연안 환경오염, 해양생태계 훼손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한 해양생태계를 복원하고 국제적으로도 바닷속 공간에서 새로운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되고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암울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다숲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해양생태계 회복 능력을 강화하여 건강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여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5월 10일 바다식목일을 맞이해 전국적으로 바다숲과 관련된 전시 및 체험 행사가 개최된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통해 바다숲의 중요성과 기능에 대해서 국민적 관심이 고취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