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의 타임 아웃] 피치클락
스포츠라이프부 김진성 선임기자
올해 한국프로야구(KBO) 경기 운영에서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피치클락’ 규정이 정식 도입됐다는 것입니다. 투수는 주자 없을 때 20초, 있을 때 25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합니다. 포수는 잔여시간 9초 이전에 포수석에 자리 잡아야 하고, 타자는 8초가 되기 전에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이를 어길 시 투수에게는 볼, 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가 선언됩니다. 경기 지연 시간 단축을 통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기 위함이라는 게 KBO의 설명입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비해 피치클락 시간이 길고, 주자 견제 등 투수판 이탈 횟수 제한 규정이 없다는 등의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프로야구를 보는 또다른 재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피치클락의 도입으로 올해 프로야구 경기 시간이 1998년 이후 가장 짧다고 합니다. 개막 이후 60경기를 치른 지난 7일 기준으로 볼 때 KBO리그 한 경기 평균 시간은 3시간 1분입니다. 지난해 3시간 13분보다 12분이 줄었습니다. 프로야구가 경기 시간을 줄여 박진감을 살렸다면 프로축구에서는 반대로 경기 시간을 늘려 박진감을 높였습니다. 전·후반 90분 경기를 펼치는 축구에서 어떻게 시간이 늘어나느냐구요? 바로 추가시간입니다.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한 경기 시간이 100분이 넘습니다. 영국의 한 매체가 공개한 2023-2024시즌 EPL팀들의 경기당 평균 시간은 101분 39초로, 추가시간만 보면 11분 39초를 더 뛰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득점이나 오프사이드 등 애매한 판정을 비디오판독(VAR)으로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의 각종 시간 지연 행위에 의해 소요되는 시간을 추가시간에 엄격히 포함시키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침대축구’를 하더라도 그 시간을 추가시간에 포함시켜 선수들의 시간 지연 행위를 막으려는 의도입니다.
스포츠계에서 박진감을 높이는 만큼이나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은 공정성입니다. KBO리그는 2024년부터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했습니다. 프로그램이 투수가 던진 공의 스트라이크 존 통과 여부를 판단해 심판에게 전달하면 심판이 콜하는 방식인데요. 공정성 강화 차원입니다. 그만큼 판정 시비가 줄어드는 것이지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는 VAR를 2016년 클럽 월드컵에서 공식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도 점차 VAR를 도입해 공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시대를 거듭할수록 이처럼 박진감과 공정성을 위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관중들을 위해서입니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요?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국민들은 스포츠와 비슷하다고 느낄까요? 박진감은 모르겠지만, 공정성은 글쎄요.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