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하려면 노력해야 한다
시상수 한국소방안전원 부산지부장
러시아의 대표적 문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상징적인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이다’를 의역하면 행복한 가정은 부, 명예, 건강, 사랑, 배려 등 공통적인 특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비슷해 보이고, 불행한 각 가정은 서로 다른 부족한 요소로 인해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뜻일 것이다. 놀랍게도 이는 사회적 구성물인 가족이든 자연의 물리적 체계이든 시스템의 안정성과 취약성에 대한 보편적 진실과 유사하여 안전하려면 안전을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일반인에게 무질서도(無秩序度)로 알려져 있는 엔트로피(Entropy)는 우리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는 한 시스템은 무질서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화재 감지기, 스프링클러, 방화문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이 저하되어 정기적으로 유지 관리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시스템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방시설의 정기적인 점검, 유지 관리 및 교육을 통해 시스템에 에너지를 주입하여 안전성이 저하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전기공학에서 시상수(Timeconstant)는 시스템이 변화에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지를 결정한다. 느린 반응은 중요한 순간에 실패를 의미한다.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가 화재를 감지하여 작동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면 이미 화재는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른다. 빠른 응답 속도와 높은 신뢰성을 가진 화재 감지 및 진압 시스템을 설치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엔트로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스템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화재 안전은 그것을 유지하는 데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건물을 지을 당시 화재 감지기, 스프링클러 설비, 방화문과 같은 화재 안전 성능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스템은 저하되거나 오작동할 수 있다. 정기적인 유지 관리, 점검, 시스템 업데이트는 물론 근무자·입주자 등에 대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훈련으로 화재 안전 성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만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화재 상황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는 능력이 약해져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시상수가 감소하여 우리 눈으로는 그 옛날 일상이었던 형광등의 깜박임을 지금은 볼 수 없듯이, 화재 안전 또한 일회성 설정이 아닌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엔트로피에 대항하든, 시상수를 줄이든 화재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지속적인 헌신이 요구된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예방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돈 문제로 넘어가면 우리는 종종 이 말을 망각하고 구실을 잡아 관성에 따른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안전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 당신은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