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출기업 40% “관세전쟁 대책 없다”
부산상의, 177개 업체 설문조사
응답 기업 중 61%만 대책 마련
‘신규 시장 개척’ 응답 가장 높아
대미 수출 큰 폭으로 감소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관세 부과, 산업별 규제 강화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에 부산 지역 수출기업 10곳 중 4곳은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수출기업들은 이러한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5일 부산 지역 수출 상위 기업 177개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트럼프 2기 통상정책에 따른 지역 수출기업 영향 및 대응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25년 2월 10일부터 지난 4일까지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9.0%는 통상정책 변화에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중 61.0%만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된 대응 전략으로는 신규 시장 개척(56.2%)을 최우선으로 선택했다. 다음으로는 R&D 투자 확대 21.2%, 대미 투자 확대 6.6%, 국내 투자 및 고용 축소 5.1% 등이었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국가 간 문제다 보니 대기업이 아닌 지역 내 중소, 중견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현대자동차 등을 비롯한 대기업의 대미 투자를 늘린다는 발표는 많지만 지역 기업들은 대미 투자 확대가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밖이거나 투자를 하더라도 본격 생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이나 산업계에서 취할 대책이 많지 않은 만큼 정부나 지자체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지원책으로는 대미 관세, 무역 규제 등에 관한 정부 대응력 강화(21.8%)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 외에는 시장 진출 지원(21.0%), 물류비 및 무역보험료 지원(16.0%), 원달러 환율 안정화(13.8%) 등을 꼽았다.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 시각이 우세했다. 특히 대미 수출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별로는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46.3%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 22.6%, 일본 22.4%, 멕시코 및 캐나다 21.8% 순으로 수출 감소를 예상했다.
대미 수출의 부정적 전망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장벽을 높임에 따라 철강, 자동차부품, 기계 등 지역 주력 업종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높아지는 관세 장벽이 부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는 지역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지역 수출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가 35.9%로 가장 많았으며, 전쟁 종식 등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로 인한 수출 환경 개선 기대(18.2%), 미국의 대중국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17.7%), 미국의 경기 활성화 정책으로 인한 수요 증가(14.4%), 미국과 조선업 협력에 따른 수혜(13.3%) 등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정책에 따른 피해는 아직 제한적이나,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에 따른 악영향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 감소와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해 지역 기업들은 수출 물량 감소와 채산성 악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차원의 외교 협상력 강화와 더불어 지역 경제에 특화된 맞춤형 기업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