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해 해양자원 안보 ‘빨간불’
최홍배 한국해양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중국 ‘션란’(深蓝) 양식장이 던지는 경고, 한국 해양 전략은 준비돼 있는가. 중국이 서해 한중공동관리수역 내에 설치한 수상 구조물 ‘션란’ 2호기는 단순한 수산 양식시설이 아니다. 이는 국제법과 국제 해양 질서를 정면으로 시험하려는 전략적 도발이다. 션란은 외형적으로는 민간 어업시설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해양 패권을 겨냥한 중국의 의도가 내재돼 있다. 이는 한국의 해양 주권과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정부의 정확한 판단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첫째, 국제법적으로 이 구조물은 한중어업협정 위반의 소지가 크다. 협정상 공동관리수역인 ‘잠정조치수역’에서는 어느 한 국가도 일방적으로 해양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모든 어업 행위와 설치는 사전에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션란 2호기는 직경 70m, 높이 71m에 달하는 고정형 구조물로서, 단순한 양식장을 넘어 사실상 해양 점유를 의도한 구조물이다.
둘째, 환경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2018년 완공된 1호기가 연어 30만 마리를 양식하는 과정에서 이미 해양 오염 문제가 논란이 되었으며, 이번 2호기의 경우 규모가 2배 이상 커져 그 위험은 배가된다. 양식에 사용되는 사료, 항생제, 폐사 어류 등이 다량으로 서해로 유입될 경우, 13만㎡ 규모의 서해 냉수대 생태계가 광범위하게 파괴될 수 있다.
셋째, 더 큰 문제는 정책적·전략적 차원이다. 중국은 션란 양식장을 ‘국가심해 양식시범구역’으로 지정하며, 민간 어업을 가장한 해양 진출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기지로 전환한 전략과 흡사하다. 이번에도 서해를 자국의 내해로 만들기 위한 ‘내해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중국 해군은 이미 동경 124도까지 작전 지역을 확대했고, 100회가 넘는 활동을 통해 한국 해군의 동경 123도 작전 라인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한국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중국의 자동화 설비 기반 해양 구조물에 맞설 기술력과 외교 협상 카드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는 범부처 차원의 위기 대응 로드맵도 부재한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특히 해양도시 부산은 국제 해양 협력의 중심 도시로서 해양 주권 수호와 지속가능한 해양자원 관리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부산시는 해양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지역 해양 연구기관과 대학을 활용한 첨단 기술 개발, 국제 해양포럼 개최 등을 통해 지방정부 차원의 능동적 대응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중앙정부와 협력하여 한중 어업 협정 재협상에 필요한 구체적 자료 제공 및 정책적 건의를 통해 전략적 대응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션란은 양식장이 아니다. 그것은 신형 해양기지이며, 해양 안보와 주권을 겨냥한 전략적 무기다. 한국은 이제 해양 정책을 단순한 자원관리나 환경 보호 차원에서가 아니라 국제법, 외교, 안보를 포괄하는 ‘국가 해양 전략’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경 대응이 아닌 정교하고 통합된 전략이다. 서해는 더 이상 경계선이 아니라, 국가 경쟁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