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부과 첫날에도 탄핵 여론전 몰두… 민생 ‘뒷전’
민주, 尹 파면 촉구 투쟁 총공세
천막 농성·인간 띠 잇기 등 지속
국힘, 탄핵 각하 피켓 시위 진행
의원 82명 기각 촉구 탄원서도
미 철강 관세에 대책 회의도 안 해
헌재 선고 후 국론 통합 ‘가시밭길’
여야 정치권이 끝내 거리로 나서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 ‘국론 통합’은 한층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여야 정치권은 탄핵 ‘기각·각하’, ‘인용’을 이끌어 낼 여론전에만 골몰하면서 총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최근 트럼프 2기의 관세 폭탄에도 ‘네 탓 공방’이 이어지는 등 탄핵 찬반 여론 싸움이 모든 현안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매일 국회와 광화문 광장을 잇는 ‘도보 행진’과 헌법재판소 앞 ‘인간 띠 잇기’ 퍼포먼스, 광화문 천막 농성장 최고위원회 개최 검토 등 파면 촉구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매일 서울 도심 8.7km를 가로지르며 ‘윤 대통령 파면’을 강조하고, 민주당 재선 의원 47명이 헌재 앞에서 인간 띠를 만드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행동이 헌재를 향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에 “파면 선고가 늦어지면 혼란이 가중된다. 이를 그대로 두는 것은 직무 유기로,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 파면만이 혼란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은 헌법을 파괴하는 위헌·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국민과 국가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이는 단순한 실정이 아니라 헌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내란 행위이자, 국민의 민주적 권리를 폭력적으로 짓밟은 반헌법적 폭거”라고 규탄했다.
장외 투쟁과 집단 행동을 자제하겠다던 국민의힘도 거리로 나섰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는 ‘신중론’ 기조를 택하면서 장외 투쟁에 나선 민주당과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여론전에 밀려선 안 된다’는 당내 강경 대응론에 무게가 실리며 의원들이 대거 헌법재판소 앞 ‘탄핵 각하 릴레이 시위’에 동참했다. 시위에 뜻을 모은 여당 의원만 60명에 이른다. 국민의힘 의원 절반 이상이 장외 투쟁에 손 들고 나선 것이다. 첫 시위 주자로 나선 윤상현·강승규 의원은 전날 오후 2시부터 헌재 앞에서 ‘탄핵 각하’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릴레이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의원이 늘어나면서 13일부터는 여당 의원 5명씩 시위가 진행될 예정이다.
나경원 의원 등 여당 의원 82명은 이날 탄핵 심판을 각하·기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적법 절차에 따른 재판 촉구 탄원서’도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헌재 심리 과정에서 탄핵 소추 사유에 ‘내란죄’가 철회됐기 때문에 탄핵 소추의 동일성이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내란 행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각하가 아니더라도 기각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거리로 나오면서 양당 지지층의 충돌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여야 정치권이 헌재 결정의 불복종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정치권이 탄핵 여론전에만 집중하면서 경제·외교 등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는 첫날이다. 하지만 이날 관련 상임위원회 회의는 물론 여야 지도부가 참여하는 대책 회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여야는 네 탓 공방만 벌였다.
민주당 홍성국 최고위원은 “무너진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잃어버렸던 희망을 되찾는 유일한 해법은 윤석열 파면”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적인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대통령 공백 속에서 외교적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한덕수 총리의 복귀 필요성을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