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박형준 회동 후폭풍…“비공개 내용 발표” vs “대표 설득이나”
민주당 부산시당, “부산시민 냉대” 반박
“산은 이전에 대한 언급 있었다” 해명
양 측 주장 종합, 명확한 입장 표명 없어
시 “산은법, 허브도시특별법 설득에 힘쓰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형준 부산시장의 ‘빈손 회동’이 일주일 가까이 흘렀지만 후폭풍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12일 이 대표가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등 핵심 현안에 대해 침묵했다는 박 시장을 향해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기반으로 비공개 회동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심각한 신뢰 훼손 행위를 저질렀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민주당 부산시당 주장을 통해서도 이 대표가 두 지역 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사실이 재확인되면서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부산시는 “이런 기자회견 대신 두 법안의 통과를 막고 있는 이 대표를 설득하는 데 힘써달라”고 전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일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부산의 도약을 위한 핵심 과제인 북극항로 개척 간담회를 위해 부산을 방문했다”며 “부산시는 이 간담회에 앞서 여러 차례 회동을 요청했고 양측은 북극항로 개척을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합의 하에 비공개를 포함한 총 20분간의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 공식 일정이 시작된 직후 부산시장은 사전 협의 없이 비공개 회동 내용을 언론에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회동 당시 회의내용을 전혀 메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꾸며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부산시당이 당시 박 시장의 브리핑 중 문제삼는 대목은 “어렵게 자리를 마련했는데 (지역 현안에 대한 협조를) 간곡히 요청하고 설명했음에도 일언반구도 없이 냉담하게 대응했다”는 부분으로 보인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이 대표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이 반대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지 않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고 이에 박 시장은 “서울시장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산은 이전에 대해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는 박 시장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또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지 않냐”고 묻자 박 시장은 “어려움이 없다”며 논의를 서둘러 마무리했으며 북극항로 개척 논의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이 대표가 결국 산은 부산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처리 등에 대한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시장의 이야기대로 산은 이전의 언급 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대표가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조차 내놓지 않은 사실이 양측 주장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앞서 두 사람 회동 직후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박 시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요청했고, 이 대표가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으나 이 자리에 있던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산은 이전을 살펴보겠다는 취지의 언급은 없었다고 말해 이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 민주당 부산시당은 전선을 박형준 시정 전반으로까지 확대했다. 이들은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 시장이 엘시티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은 것에 더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에어부산 분리 매각 문제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부산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부산시 관계자는 “광역단체장이 정당 대표를 만나 지역의 핵심 현안을 논의하지 못하면 무슨 이야기를 하겠나”라며 “민주당 입맛에 맞는 현안만 얘기하고, 다른 현안은 언급하지 말라거나, 시장이 기자들에게 상황설명 하는 것조차 문제 삼는다면, 이건 시장의 입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