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분리매각 없다” 부산 거점 항공사 전략 ‘타격’
한진 조원태 회장 11일 발언
“진에어가 부산서 역할 할 것”
가덕신공항 모항 항공사 요구
지역 여론과 정면 배치 입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 없다”고 공개적으로 천명, 에어부산을 거점 항공사로 확보하려던 부산 지역 전략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조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에어부산 분리매각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회장은 대신 “진에어가 에어부산이 해 온 역할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신규 기업 이미지(CI) 발표를 겸해 열린 국내 언론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시 등에서 요구해온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해 “에어부산 분리매각 얘기는 2~3년 전부터 나왔는데 기본적으로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에어부산 직원도 우리의 한 가족”이라며 “진에어가 에어부산이 지금까지 부산에서 해 온 역할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계획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산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산하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3사 통합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3사가 다 다르기도 하고, 에어부산은 부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조금 더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이 에어부산을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3사 통합의 한 부분으로 여긴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 같은 조 회장 발언은 그동안 부산 시민과 시민단체가 에어부산을 가덕신공항 개항 시 신공항을 모항으로 운영할 거점 항공사로 보고,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요구해 온 입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실제 대한항공은 최근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을 축소하는 한편, 인천공항 중심으로 노선 확대에 나서고 있어 이런 우려를 키워왔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항공사가 국내에서는 유일한 대형 항공사(FSC)가 될 수는 있으나, 항공 시장에서 독과점 구조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국가의 항공사도 한국에 취항할 수 있기에 외항사와의 경쟁이 있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방안에는 “모든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지만 조만간 발표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6월까지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으로 사용하게 되는 신규 기업 이미지(CI)를 이날 발표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완전한 결합을 1년 반 넘게 앞둔 현시점에 신규 CI와 기업 가치 체계를 발표한 데 대해 “(통합을 앞두고)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바뀌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상당히 들뜨고 자신감도 넘치는 지금 시기에 더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미리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총 250여대의 항공기의 도색을 마치는 데 길게는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새 로고를 반영한 도장은 대한항공 항공기에 우선 적용되고, 완전한 통합이 이뤄지는 시점 이후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에도 입혀질 예정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