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변론 재개 요청 않는 윤 대통령, '기각' 기대하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헌재 선고일자 못 정하고 장고
여권 대응 수위 달라지는 양상
재판관 자극할 가능성에 주저
마은혁 합류 가능성 저울질도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도 헌재에 탄핵심판 변론 재개를 요청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윤 대통령 석방 직후 여권에서는 ‘수사 적법성’에 대한 법원 지적을 근거로 헌재가 이를 반영해 변론 재개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윤 대통령 측의 이런 움직임은 변론 재개로 선고 시점이 늦어질 경우, 진보 성향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등 부정적 변수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윤 대통령 측이 현 8인 체제인 헌재의 ‘기각’ 결정 가능성을 적지 않게 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런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 관계자는 11일 헌재에 대한 변론 재개 신청 가능성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현재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여권에서는 서울중앙지법이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 수사의 절차적 흠결을 지적한 데 대해 헌재 역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 채택 등 절차적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 이를 다시 다퉈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헌재가 이번 법원의 결정을 참고해서 적법 절차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변론 재개도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했고,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공수처 불법 수사에 터 잡은 증거를 걷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 재판 변론 재개가 불가피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이날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실체적·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여권의 잇따르는 변론 재개 주문의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최종심까지 ‘조기 대선’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당초 선고일로 유력하게 예상됐던 오는 14일을 사흘 앞둔 11일 현재까지 헌재가 선고 일자를 결정하지 못한 채 장고를 이어가는 등 헌재 기류가 복잡해지는 정황이 관측되면서 윤 대통령 측과 여권의 대응 수위도 달라지는 양상이다. 헌재가 선고 시기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것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으로 막바지 기류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같은 법원이 지적한 절차적 흠결 논란을 아예 무시하는 식으로 선고를 강행할 경우 여권 지지층의 불복 행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헌재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도 변론 재개를 요청해 헌재를 자극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나 여권으로선 변론 재개로 선고 시점이 늦춰질 경우, 마 후보자가 합류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들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판사 출신 장동혁 의원은 “마은혁 임명 카드가 살아있는데, 덜컥 변론 재개하자고 했다가 마은혁을 임명하면 어떻게 할 건가”라며 “변론 재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말자”고 언급했고, 다수 의원들의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 추천 몫인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이번 주가 최종 시한”이라며 임명을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과 여권이 당초 탄핵 선고일을 늦추는 전략 대신 마 후보자 임명 전 선고를 받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데에는 헌재의 기각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의 한 법조계 인사는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비교하면 기각을 상상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법조계 내부 분위기만 보면 인용, 기각 가능성을 반반 정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법률가 출신 의원들도 “지금까지 과정만 놓고 상식이 있는 법관이라면 충분히 기각 또는 각하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다만, 여권의 이런 기류에 대해 선고 때까지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되는 이전의 헌재 결정 과정을 감안할 때 ‘근거 없는 낙관론’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