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 성상납 사건 일파만파… ‘미투’ 운동 다시 재연되나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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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방송인, 아나운서 성폭력 사건
방송국 은폐 의혹에 논란 확산
아카데미 후보 성폭력 폭로 다큐
해외 호평에도 자국선 상영 못해

이토 시오리의 성폭력 고발 다큐 ‘블랙 박스 다이어리’의 한 장면. EPA연합뉴스 이토 시오리의 성폭력 고발 다큐 ‘블랙 박스 다이어리’의 한 장면. EPA연합뉴스
SMAP 전 멤버 나카이 마사히로. 부산일보DB SMAP 전 멤버 나카이 마사히로. 부산일보DB

일본 민영방송 후지TV 성상납 사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국민 아이돌 SMAP(스마프)의 전 멤버 나카이 마사히로의 후지 TV 아나운서 성폭행 의혹에서 촉발된 사건은 이후 후지TV의 은폐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본 내 제2의 미투 운동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11일 일본 아사히 신문 등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나카이의 후지TV 아나운서 성폭행 사건 이후 추가 폭로, 방송국 차원에서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후지TV는 최근 연례 간판 생방송 프로그램인 ‘FNS 27시간 TV 2025’ 방송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1987년부터 시작된 이 방송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고는 매년 방송해왔는데, 성상납 사건의 여파가 연례 프로그램 방영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나카이는 후지TV 여성 아나운서 최소 2명 이상에게 성폭력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죄 후 지난 1월 연예계 은퇴를 발표했다. 문제는 피해 아나운서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나카이는 1년 이상 계속 방송에 출연하는 등 후지TV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졌고, 그동안 후지TV에 광고하던 광고주들이 광고 중단을 선언하면서 후지TV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광고 없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후지TV 사장과 회장이 동반사퇴 했지만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일본 미투 운동의 얼굴로 불리는 이토 시오리의 ‘블랙 박스 다이어리’가 정작 일본 내에서는 상영을 하지 못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작품은 올해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도 올랐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블랙 박스 다이어리’는 이토가 기자 지망생일 당시 일본 민영방송 TBS의 워싱턴 지국장 야마구치 노리유키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이후를 담은 기록이다. 이토는 성폭행 사건, 특히 권력자가 가해자일 때 기소조차 하지 않는 일본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며 일본 미투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영화에 동의하지 않은 음성과 영상이 쓰였다는 이유로 이토의 전 변호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해외에서는 호평을 받고 상영되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상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후지TV 성상납 사건과 이토 시오리 사건 모두 성폭행 사건을 둘러싼 일본의 경직된 문화를 지적한다. 후지TV 성상납 사건도 일본 언론은 ‘나카이 여성 문제’ 등 표현으로 순화해 사용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여파로 다시 해시태그(#)를 붙이고 성폭력 피해를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SNS X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어, 일본 내 제2의 미투 운동으로 이어질 지 이목을 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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