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연 비상문… 승무원 대처 논란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안내 방송 없이 승객 비상 탈출
항공사 “매뉴얼 따른 조치” 강조

28일 오후 10시 30분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나 소방대가 진화하고 있다(위). 소방대원들이 나머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은 모두 비상탈출해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10시 30분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나 소방대가 진화하고 있다(위). 소방대원들이 나머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은 모두 비상탈출해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 당시, 승객이 직접 비상 탈출문을 열고 탈출한 긴급 대피 상황을 두고 승무원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인다.

3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0시 26분께 에어부산 BX391편에 탑승해 이륙을 준비 중이던 승무원은 기내 뒤편 주방에서 대기 중 닫혀있던 오버헤드빈(머리 위 선반)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목격해 관제탑에 상황을 보고했다.

당시 승무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했으나 연기가 거세지며 진화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승객 일부는 비상탈출을 위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승객들은 직접 비상 탈출문을 열고 탈출한 부분에 대해 승무원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항공기 앞쪽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앞쪽 게이트가 개방돼 탈출했고 꼬리 쪽에서는 승객들이 직접 문을 열고 탈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별도로 화재에 대한 안내 방송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밖에 “승무원이 ‘앉아 있으라’ 하고서 소화기를 들고 왔는데 이미 연기가 자욱하고 선반에서 불똥이 막 떨어졌다” “불이 짐칸 선반 사이로 삐져 나와서 불을 끄려고 문을 열려고 했는데, 승무원이 열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았고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나가려고 뒤엉켰다”는 승객들의 진술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항공사 측은 승무원과 기장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즉각 조치로 승객 전원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 측은 “승무원에게서 화재 상황을 보고 받은 기장은 2차 피해가 없도록 유압과 연료 계통을 즉시 차단한 후 비상탈출 선포해 승객 전원이 신속하게 대피하게 했다”고 전했다.

이어 “별도로 안내 방송을 할 시간적 여력 없이 긴박하게 이뤄진 상황이었으며, 짧은 시간 내 관련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탈출 업무를 수행했다”며 “승무원에게 비상탈출 때 비상구 개폐 방법에 대해 안내 받은 승객은 비상 탈출 때 직접 비상구를 조작하고 탈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도 승무원의 대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항공사 직원은 “우리는(승무원은) 제일 마지막에 나가는 게 매뉴얼이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직원은 “비행기에서는 제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달라. 승객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겠지만 다 매뉴얼에 기반해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 한 시민은 “만약 엔진이 강하게 돌아가서 엔진에 빨려 들어 사상자가 생겼거나 비상 슬라이드가 안 펼쳐져서 패닉 온 승객들이 뛰어내리다 추락사로 사상자가 생겼다면 그것을 제지하지 않은 승무원 책임이 되지 않겠느냐”며 승무원의 적절한 대처를 강조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