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저가 AI ‘딥시크 쇼크’에 전세계가 ‘휘청’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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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챗봇 ‘R1’
일주일만에 앱시장서 챗GPT 제쳐
고성능 칩 없고 비용도 1/10 수준
오픈 AI "데이터 무단도용 조사 중"
엔디비아 등 관련 주 등 대거 폭락
국내 증시는 연휴 덕에 ‘소나기’ 피해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출시한 챗봇이 일주일 만에 미국 빅테크의 챗GPT를 제치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은 사진은 설 연휴 기간 폭락한 대장주 엔디비아의 주가.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출시한 챗봇이 일주일 만에 미국 빅테크의 챗GPT를 제치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은 사진은 설 연휴 기간 폭락한 대장주 엔디비아의 주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의 AI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챗GPT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이에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딥시크가 자사 AI 모델 훈련을 위해 오픈AI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딥시크는 오픈AI보다 크게 낮은 비용으로 챗GPT에 맞먹는 성능의 AI 모델을 선보이자 이 같은 성과가 오픈AI의 데이터를 도용함으로써 가능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 이 가격에 이 성능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은 “딥시크의 AI어시스턴트가 미국의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오픈AI의 챗GPT를 2위로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고 지난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 20일 딥시크가 추론 AI 모델인 딥시크-R1 시리즈를 출시한 지 일주일 만의 성과다.

딥시크-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나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했다.

현재 딥시크 측의 개발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오픈AI나 메타 등에 비하면 훨씬 적은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칩 또한 미국의 대 중국 수출규제에 걸리지 않도록 엔비디아에서 따로 만든 저사양 칩을 활용했다.

이미 뉴욕타임스(NYT)는 분석 기사를 통해 “딥시크가 챗GPT와 비슷한 성능의 ‘딥시크-V3’을 출시한 것도 기념비적이지만, 딥시크가 개발 경과를 설명한 기술 보고서의 내용이 더욱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딥시크-V3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557만 6000달러(한화 78억 8000만 원)에 그친다. 이는 메타가 최신 AI 모델인 ‘라마3’ 모델을 훈련하는 데 들어간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오픈AI를 공동창업한 안드레이 카르파티도 지난달 26일 SNS를 통해 “딥시크의 기술 보고서는 훌륭하고 상세하다”며 “‘농담 같은 예산’으로 선도적 AI 추론 모델 출시를 쉬운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언급했다.


■ 오픈AI 등 잇따라 조사 착수

오픈AI는 지난 2022년 챗GPT를 선보이며 AI 열풍을 일으켰다. 최근까지도 전문가 대다수는 특수 칩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지 않고서는 이들 선도 기업과 AI 경쟁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빅테크 선두 기업들이 1만 6000개 이상의 칩을 사용해 챗봇을 훈련한 것과 달리 딥시크는 엔비디아 GPU 2000여 개만 필요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로 고성능 AI와 칩을 활용하기 어려워도 효율적 AI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세계 시장에 확인시킨 것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딥시크 파장으로 중국 AI 업계에서 가격 인하 경쟁이 시작됐으며 이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딥시크 파문이 뉴욕 증시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자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9일 “오픈AI의 데이터가 딥시크와 관련된 그룹에 의해 허가 없이 무단으로 획득됐는지에 대해 오픈AI와 MS가 조사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픈AI 측은 중국에 기반을 둔 기관들이 자사의 AI 도구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빼내려고 하는 여러 시도를 목격했다며 이는 자체 모델을 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보도는 딥시크가 공개한 새 AI 모델 여파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감이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스타트업이 미국의 빅테크보다 경쟁력 있는 AI 챗봇을 출시한 것에 대해 “미국의 산업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 조 바이든 행정부의 AI 규제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기술주 매도세가 촉발되면서 한 차례 폭락을 겪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8일 미국 내 기술주는 보합세로 개장했다. AFP 연합뉴스 기술주 매도세가 촉발되면서 한 차례 폭락을 겪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8일 미국 내 기술주는 보합세로 개장했다. AFP 연합뉴스

■ 출렁인 세계 증시... 한국은?

지난 27일 딥시크 쇼크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뉴욕 증시에서의 나스닥 지수는 3% 넘게 급락했다.

특히 반도체 지수는 9.15% 급락한 4853.24포인트(P)를 기록했다. 5000선이 붕괴한 것은 지난해 12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16.97% 폭락한 118.42달러를 기록했다.

하루사이 엔비디아 시가총액 846조 원이 증발한 것이다.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일일 최대 손실이다.

엔비디아 시총은 2조 9030억 달러(한화 약 4190조 원)로 줄어 3조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시총 순위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3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설 연휴 덕분에 직접적인 타격을 피했다.

오는 31일 일주일 만에 개장하는 국내 증시는 이러한 악재를 단번에 반영하게 될 전망이다.

국내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ETF’는 27일과 28일 각각 2.42%, 0.46% 하락했으나 지난 29일에는 0.22% 올랐다.

27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지 않고 증시가 개장했다면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실상 긴 연휴 덕에 ‘소나기’는 피한 셈이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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